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일본 인상기

나  운  영

   삼다(三多), 삼무(三無)의 나라라고 하면 누구나 제주도를 연상케 된다. 즉 바람이 많고, 돌이 많고, 여자가 많으니 삼다요, 도적이 없고, 거지가 없고, 대문이 없으니 삼무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일본이야말로 삼다, 삼무의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삼다의 나라
   우리나라는 교회가 많고, 다방이 많고, 호텔이 많으니 분명히 삼다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동네마다 거리마다 십자가가 눈에 띄고 새벽마다 깨진 종소리에 단잠을 깨게 마련인데 일본은 절이 많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일본은 잡신을 섬기는 나라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 보다도 불교 신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절이 많다.
   둘째로 우리나라는 다방이 거의 한 집 걸러 있다고 말할 정도로 많아 아침부터 손님들이 뒤 끓고 있는데 일본은 다방이 절대로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크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고 손님도 별로 많지 않으나 빠찡꼬 집이 많은데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우리나라의 다방만큼이나 빠찡꼬 집이 많을 것 같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소란스러운 음향 속에서 빠찡꼬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진다.
   셋째로 우리나라에는 요즈음 호텔이 부쩍 늘어가고 있는데 이게 무엇 때문인지? 관광객을 위한 것인지 혹시 또 다른 목적을 위한 것인지 알딸딸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호텔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참말로 눈을 놀라게 하는 것은 자가용 자동차이다. 택시에 비해 너무도 자가용 자동차가 많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좀 귀할 정도인데는 세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작은 차가 많아 마치 자전거처럼 골목길을 쑤시고 다니는데도 교통순경은 눈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 없으니 얼마나 질서가 잘 잡혀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삼다와 일본의 삼다가 너무도 다른 것을 직감하게 된다.

삼무의 나라
   일본은 분명히 삼무의 나라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정부가 없고, 쓰리꾼이 없고, 노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첫째로 가정부가 없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생각조차 못할 일이 아닐까? 그런데 그들은 가정부를 따로 두지 않고 온 가족이 가정부의 일을 대신한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정부 없이 사이 좋게 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자주 보았다. 제 할 일을 제가 직접하는 마음가짐을 우리는 본받아야겠다.
   둘째로 쓰리꾼은 물론 좀도둑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거리를 다닐 수 있고, 만일에 물건을 차에 놓고 내려도 별로 염려가 없다. 내 물건이 아니면 절대로 손을 대지 않으니 언제나 도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은 남아 돌아가고 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 남을 속이거나 남의 것을 탐낼 까닭이 없기 때문이리라.
   셋째로 노는 사람이 없다. 조금만 일하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노는 사람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낮에는 거리가 한산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모두 직장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 상당한 노동의 대가를 반드시 받게 되니 노는 사람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일본이 삼무의 나라라면 부끄럽게도 우리는 삼다의 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정부가 맣고, 쓰리꾼이 많고, 노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군맹평상이란 말이 있는데 말하자면 나 혼자서 코끼리를 어루만지고 돌아온 격이나 다름이 없으니 나의 말을 안 믿어도 상관 없겠으나 우리도 이웃나라의 좋은 점은 본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절대로 일본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그들을 과소평가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지난 4월에 일본 여행기를 다음과 같이 쓴 일이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느낀 바가 많았다. 첫째로 그들은 국제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이나 미국을 마치 이웃집 드나들 듯하니 말이다. 둘째로 질서가 잡혀있다는 점이다.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 질서 정연하다.가장 눈에 띄는 교통질서를 예로 든다 하더라도 순경이 없는 것을 볼 때 민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셋째로 거리가 깨끗하다는 점이다. 길에 휴지를 마구 버리거나 코, 가래침을 뱉거나 하는 것을 볼래야 볼 수가 없다.---
   이와같이 그들은 가정부가 없고, 쓰리꾼이 없고 노는 사람이 없는 삼무의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한편 마음껏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예를 들어 내년 2월에 있을 첼로 독주회의 표가 9월부터 예매되고 있는가 하면 「제9회 국제현대 음악제」와 「현대 음악 포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진지한 태도로 감상하는 모습에서도 넉넉히 증명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나라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많은 '삼다의 나라, 위협과 불법과 무법이 없는 삼무의 나라로 바뀌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싶다.

 <1972. 2. 월간 주부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