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편편상(片片想)


나  운  영


교회에 나간다
  「자네 요즘 교회에 잘 나가나?」 이런 말을 흔히 주고 받게 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물론 교회출석을 잘하느냐를 묻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들 중에는 몸만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영혼과 육신이 있으니 영혼은 집에 두거나 또는 산과 바다로 보내 버리고 육신만 교회에 나간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말이다. 즉 영육이 모두 교회출석을 해야 하는데 설사 그렇게 했다가도 예배 때에 졸거나 딴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사실상 몸만 교회에 나가 앉아있는 셈이 되니 「교회에 나간다」란 말이 확실히 뜻 깊은 표현인 것만 같다.


예배를 보러 간다
 「자네 어제 예배 보러 갔었나?」 이것은 또 무슨 말일까? 물론 예배드리러 갔었느냐를 묻는 말이겠지만 우리들 중에는 남들이 예배드리는 것을 그저 구경하러 가는 사람이 사실상 많기 때문이 아닐까? 예배는 자기자신이 드려야지 예배를 보러 간대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구나 예배당 구경 가는 사람이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족속들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기독교신자라 할 수 없으니 「예배를 보러 간다」는 말이 또한 묘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예수교와 기독교
  「자네 요즘 어느 파 교회에 나가는가?」이 말은 「예장」이냐 「기장」이냐를 묻는 말인데 도대체 예수교는 무엇이고 기독교는 무엇인가? 예수와 그리스도가 싸우는 곳이 곧 우리나라이고 보면 이것이 과연 은혜스러운 일일까?
  구교에서는 신교를 열교(裂敎)라고 불러왔다. 즉 천주교회서 갈라져 나간 교회란 뜻이겠지만 부끄럽게도 우리 신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꾸 갈라지고만 있는 것이나 아닐까? 신교와 구교가 하나가 되는 운동이 차츰차츰 추진되어가고 있는 이 마당에 예장과 기장은 더 말할 것도 못되고 통합측이냐 합동측이냐 호헌파냐 개헌파냐를 언제까지 따지고만 있겠느냐 말이다. 구교와 신교는 물론이고 신교자체가 하나가 되는 운동이 교회음악을 통해서 이루어져야겠고 바야흐로 이 일에 교회 음악인이 앞장서야 할 때가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신학자와 목사님들에 의해 갈라진 우리 교계가 교회음악인과 성가대의 노력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은혜스러운 일일까? 참으로 수치스러운 말이지만 단결심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민족성이라고 볼 때 음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내 탓이요
  「그것은 자네 탓 일세」 이런 말을 가장 즐겨 쓰는 사람은 우리들 자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영광은 자기가 독차지하고, 욕은 남에게 돌리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심지어 영광은 사람에게, 욕은 하나님께 돌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구교에서는 미사를 드릴 때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구절을 외운다. 우리의 민족성 가운데 개조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걸핏하면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이 버릇부터 고쳐야겠다.
 우리는 남을 탓하기 전에 남을 욕하기 전에 우선 나 자신을 반성할 줄 알아야겠다. 항상 「나를 비롯해서---」란 말을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내 탓이요」란 독백이 저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조국통일이 지연되는 것도 내 탓이요, 우리가 더 잘 살지 못하는 것도 내 탓이요, 교계가 어지러운 것도, 교회음악이 별로 발전 못하는 것도 모두 내 탓이니 남을 욕해 무엇하랴! 「교회에 나간다」, 「예배를 보러 간다」, 「예수교와 기독교」, 「내 탓이요」 --- 이 네 가지는 곧 나의 간증이기도 하다.



 <197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