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초대권

나  운  영

    「작곡은 독일 사람이 하고, 연주는 불란서 사람이 하고, 노래는 이태리 사람이 하고, 감상은 영국 사람이 하고, 표는 유태인이 팔고, 돈은 미국 사람이 낸다.」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에 구태여 사족을 붙인다면 「한국사람은 초대권을 좋아한다.」고나 해 둘까---.

    자고로 우리나라 사람처럼 공짜구경을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을 것만 같다. 오랜 세월을 두고 피땀 흘려 연구한 것을 발표하는데 있어서 당사자가 빚을 얻어 대관료를 물고, 프로그램, 포스터, 티켓을 만들고, 공짜 초대권을 마구 뿌려도 텅텅 빈 홀에서 발표를 하고는 빚 때문에 영영 주저앉아 버리게만 되니 이 무슨 팔자일까?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는 소위 고지서(?)를 받지 않아도 축의 금이나 조의금을 들고 가는 것이 오가는 정인데 유독 음악회 때만은 공짜 초대권을 바라는 그 염치없는 마음, 그릇된 습성이 도대체 언제부터 싹 텄을까? 음악회란 제 돈을 내고 가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늘날 우리 음악계의 발전이 이다지도 더딘 까닭이 초대권 남발 때문이라고 나는 단언하고 싶다.
  값비싼 음악회는 초만원을 이루는데 초대권을 많이 뿌린 음악회일수록 한산하기 짝이 없으니 이게 웬일일까? 초대권을 마구 뿌리는 음악회는 값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빈 홀에서 혼자 연주하는 한이 있더라도 초대권을 없애자! 초대권일랑 아예 주지도 말고 또한 받을 생각조차 말자!

   허나 뜻밖에 초대권 한 장을 보내온다면 회원권 서너장을 사 들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서 경청한 다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던지는 풍토가 아쉽구나.  한편 적어도 기성인의 경우 그 음악회가 연구 발표회이건 흥행이건 - 초대권을 받았을 때에는 밤 사이에 시들어 버리고 말 꽃다발 대신에 차라리 금일봉을 들고 가주는 것이 에티켓이 아닐까?
  소위 창간호 겸 폐간호격으로 첫 번 발표회로 재기불능이 되지나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위해---.

 <1973. 11. 3.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