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개성있는 옷차림을

나  운  영

    우리는 거리에서 꼭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걸어가는 여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색깔도 같고, 디자인마저 같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왜 저 아가씨들은 같이 다닐까? 어째서 저렇게 제복 아닌 제복을 입고 다녀야만 하는가?  마치 양장점 쇼 윈도에 서 있던 마네킹이 거리로 뛰쳐나온 듯한 이런 여인들을 볼 때마다 무의식 중에 그 두 사람을 비교해 보게 되는데 한 쪽은 잘 어울리나 다른 한 쪽은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한자리에서 서로가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어도 자연히 비교가 되는 법인데 하물며 꼭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으면 어느 한 쪽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외국 사람들은 만약 자기 옷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저 만큼에서 나타나기만 해도 집으로 되돌아가서 아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든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길로 빠져 가 버린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성격이 괴퍅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개성이 강하 탓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은 개성 미를 살릴 줄 알아야 한다. 이 옷이 내게 어울릴까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체격, 얼굴모양, 피부색깔, 헤어스타일은 물론 연령, 신분, 취미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옷을 입어야만 개성 미와 교양미가 나타나는 법이다.
  우리나라에 나일론이 처음 유행했을 무렵 할머니까지도 이 옷감으로 옷을 해 입으니 그 꺼끌꺼끌한 살결이 그대로 드러나 얼마나 꼴불견이었던가? 이는 자신의 연령을 고려치 않고 주책(?)없이 유행을 따랐던 때문이다.
  외국의 거리를 거닐면서 눈에 띄는 것은 첫째 여성들의 옷 차림이 화려하다기 보다 검소하고 실용적이고 둘째로 결코 남들과 같은 옷을 입고 다니지 않고 셋째로 유행에 대해 가장 민감하면서도 맹목적으로 따르려 들지 않고 넷째로 때와 장소를 가려서 적합한 옷차림을 하고 다섯째로 남의 옷차림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남이 무슨 옷을 입고 다니든 간섭을 하지 않는 미덕과 교양을 우리도 본받아야겠다. 예를 들어 앞에서 오는 사람의 옷차림을 뚫어지게 보거나 더욱이 그 사람이 자기 곁을 지나가기가 무섭게 뒤돌아 보고 입을 놀리는 그 품위없는 습성부터 고쳐야겠다, 남의 개성을 존중해줄 줄 안다면 무슨 옷을 입고 다닌들 상관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초 미니와 맥시, 양장과 한복차림이 공존하는 오늘에 사는 여성들이여! 그대들의 개성 미를 충분히 살려서 자신의 교양이 은연중에 풍기는 옷차림을 하고 다녀주었으면---.

<1974. 10. 월간 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