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올바른 음악정책을 세우라

나  운  영

   해가 바뀔 때마다 제언을 해왔건만 별로 이루어진 일을 못 보았다. 그러면서도 매년 제언을 해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기 때문일까?
   첫째로 「문화예술 진흥원은 올바른 운영을 하라. 우리나라 작가와 우리 작품에 한해서만 창작지원금과 공연지원금을 지급하라.」
   굶주리며 작품을 완성해 놓아도 작품료 받기는커녕 공연에 대한 보장마저 없이 몇 해고 썩히게 되니 이래가지고야 창작의욕이 생길 수 있겠는가? 특히 오페라를 관람하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하니 적어도 오페라 만이라도 창작지원금과 공연지원금을 준다면 머지 않아 좋은 작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둘째로 「미술에 있어서의 국전과 동급의 음악경연대회를 문공부가 주최하라.」
    정부에서 체육, 영화, 미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데 유독 음악에 대해서는 너무도 등한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일까? 국전에서는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장관상을 주고 특히 대통령상을 탄 작가에게는 정부 돈으로 파리 유학을 보내는데 어째 음악에는 그런 혜택이 없어야만 하는가? 국전과 동격의 음악경연대회를 문공부가 주최해준다면 장차 제 2의 안익태, 정경화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고상한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는 백성이 모두 될 것이다.

    셋째로 「흥행성을 띠지 않은 음악연구 발표회에는 세금을 면제해 달라.」
    오늘날 국산 영화의 질이 이만큼이라도 높아진 까닭은 정부에서 면세조치를 취해준 덕분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연구발표회의 성격을 띤 온갖 음악회에까지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아예 음악활동을 하지 말라는 말밖에 안된다. 단지 일회 공연으로 끝나는 작곡발표회, 연주발표회,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등에 정부에서 지원금은 못줄망정 세금을 부과해서야 될 말인가?

    넷째로 「적어도 음악계에만은 정년제를 적용시키지 말아 달라.」  
    예술가는 연륜을 쌓을수록 더 원숙하고도 심오한 예술이 창조되는 법인데 젊은 사람보다도 실력이 월등한 실력가에게까지도 단지 나이 탓만으로 퇴직을 강요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예술가는 60세부터'인데 교육기관이나 연주단체에서 60세 또는 65세에 내 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려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1973. 1. 월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