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찬송가 편곡의 문제점

나  운  영

   그동안 악원사, 교회음악사, 미파사, 에덴문화사 등등에서 성가대용 합창곡집이 수 많이 나온 것은 우리나라 교회음악 발전을 위해 참으로 뜻있는 일이다.  이러한 곡집 중에는 외국 사람에 의해 편곡된 찬송가 합창곡도 더러 소개되었는데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에 의한 찬송가 합창 편곡이 갑자기 많이 나오게 된 것은 매우 뜻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반 교인들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곡만을 연주하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즐겨 부르는 찬송가를 변화있게, 보다 예술적으로 편곡한 것을 들으면 더 은혜가 되기 때문에 찬송가 합창 편곡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찬송가 편곡집[2]』(교회음악사 발행)과 『찬송가 새합창 편곡집』(학문사 발행)의 출판은 그야 말로 적시 안타라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찬송가를 편곡하려 들면 여러 가지 애로점이 많아 주저하게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님을 나 자신부터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떻게 편곡해야 할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변화를 줄 수 있은 것일까? 작곡이라면 문제가 아니나 남의 곡, 더구나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곡을 편곡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원곡을 손상시키거나 원작자의 이름을 더럽힐 우려가 있기 띠문이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해서 몇 가지 한계를 밝혀 두고 싶다.  즉 이 한계를 벗어나지 말아야만 보다 훌륭한 편곡이 될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1. 원곡의 멜로디를 바꾸지 말 것
      
   첫 부분이건, 끝 부분이건, 중간 부분이건 또는 순차적인 음이건 음높이를 바꿀 자유가 편곡자에게는 없는 법일 뿐만 아니라 편곡자의 개인 취미에 따라 기분적으로 바꾼 것이 듣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혼란을 가져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교회가 찬송가를 습관적으로 틀리게 부르는 경향이 많은데 편곡자마다 자의로 원곡을 바꿔 버린다면 그 큰 혼란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2. 원곡의 박자나 리듬을 바꾸지 말 것
      
   소위 변주에 있어서 가령 제  변주 전체의 박자를 바꾼다거나, 제2변주 전체의 리듬을 바꿀 수는 있으나 원곡의 일부분만을 순간적으로 바꾸면 안된다.
3. Piano(Organ)반주는 원곡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붙일 것
   예를 들어 3박자의 곡에 있어서 소위 쿵자작으로만 처리하거나, 2박자의 곡에 있어서 쿵작쿵작 또는 쿵자자작작으로만 처리하거나, 붙이나 마나한 단순하고도 유치한 반주나, 너무 복잡한 반주 등을 피하고 합창의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편곡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대위법적 처리를 권장하고 싶다.
4. 원곡의 멜로디를 Alto, Tenor 또는 Bass Part에 두고도 편곡할 것
   항상 Soprano Part만이 원곡의 멜로디를 담당하는 것보다 때로는 가령 전체를 Tenor Part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음색적 효과가 더 나게 되는 수도 있으니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순간적으로 다른 Part로 원 멜로디가 옮겨지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연주를 잘못하면 멜로디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5. Descant는 아름다워야 할 것
   흔히 찬송가에 있어서 Tenor Part 또는 Bass Part를 연상케 하는 멋없는 Descant라든가, 도리어 원곡의 멜로디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비 음악적인 Descant, 있어도 없어도 좋을 듯한 무미한 Descant 등을 피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아름다운 멜로디의 Descant로서 원곡의 멜로디를 더욱 빛내게 해주는 젓이어야 음악적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화성적으로, 때로는 대위법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반드시 있어야 될 좋은 Descant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위의 악보에 있어서 (2)는 나의 Descant이다.
6. Pentatonic Scale(5음음계)로 된 원곡을 minor(단조)로 바꾸지 말 것
   Do, Re, Mi, Sol ,La로 된 곡에 있어서 Mi와 La를 반음 내리면 일본 고유의 음계인 미야고부시(도절, 음음계)가 되어 버려 왜색이 짙게 풍기므로 귀에 거슬리게 들린다.
      
7. 대위법적 편곡을 활용할 것
   대체로 찬송가란 Homophony(화성적 단선음악)에 속하는 것이므로 단조로움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때로는 대위법적 처리를 하여 Poly-phony(대위법적다성음악)의 냄새를 풍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술적이다.  나로서는 개편 125장, 128장과 같이 비화성음을 첨가하는 수법보다는 Canon. Imitation. Fugato. Fugue 등의 수법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교회 음악적이라 하겠다.     
   위의 악보는 개편 278장(나는 밝히 알도다)에 의한 나의 편곡 중의 일부이다.
8. 편곡과 편작곡을 혼동하지 말 것
   원곡의 멜로디(전부)가 한 번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편곡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은 소위 편작곡에 속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찬송가를 가지고 편작곡할 바에는 차라리 새로 작곡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나는 찬송가 환상곡 찬송가 광시곡(?) 같은 것을 배격한다.  왜냐하면 이는 편곡도 작곡도 아닌 얼치기 곡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9. 찬송가를 세속화 하지 말 것
   편곡에 있어서 리듬 멜로디 화성을 얼마든지 변화 수식할 수는 있으나 찬송가로서 예배용 성가 합창곡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급격한 변화를 줄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찬송가의 경음악화」를 배격한다.   찬송가의 현대화는 물론 바람직하나 경음악화와 현대화를 혼동해서야 되겠는가---
10. 찬송가의 토착화에 힘 쓸 것
  아무리 서양 사람의 원곡이라 할지라도 편곡 수법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우리들의 생리나 구미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다.  원칙적으로 3도화성을 회피하고 근대 화성을 쓴다거나 3박자의 곡에 있어서 Waltz Rhythm 대신에 세마치 장단을 쓴다거나 5음음계에 의한 Descant를 붙일 수도 있지 않은가 ---
   끝으로 남의 곡을 편곡한다는 것은 어느 의미로는 작곡보다도 더 힘드는 작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유치, 졸렬, 미숙, 경박, 비음악적, 비성가적인 잡곡(雜曲)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점을 통감하면서 보다 훌륭한 찬송가 합창 편곡 출판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

<계간 「교회음악」 1976.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