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음악적 측면에서 본 찬송가 가사

나  운  영

 서론
   우리나라에는 시인은 많으나 가사를 쓰는 분은 적고 자유시를 쓰는 분은 많으나 정형시를 쓰는 분은 적습니다.
   국어국문학과나 기독교문학과는 많은데도 찬송가 가사를 쓰는 사람이 이렇게도 드문 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찬송가 가사를 쓸 줄 아는 시인과 신인이 많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본론
1. 가사와 곡조의 형식의 일치
   찬송가를 비롯하여 무릇 가사가 붙은 곡조는 먼저 가사가 있고 그 가사에 의해 곡조가 나중에 만들어지는 법이기 때문에 가사의 형식과 곡조의 형식이 일치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사의 형식이 AB, AA′또는 ABA′, AA′B, ABB′, ABC로 되어 있다면 곡조도 같은 형식으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사
곡   조
7.5조 2행
1부분형식(8소절)
7.5조 3행
소3부분형식(12소절)
7.5조 4행
2부분형식(16소절)
7.5조 5행
확대 2부분형식(20소절) 또는
축소 3부분형식(20소절)

7.5조 6행
3부분형식(24소절)
   위의 표는 7.5조만 가지고 설명한 것인데 그 까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사를 쓸 때에 대체로 7.5조로 쓰는 분이 절대 다수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찬송가 중에서 첫 부분이 7.5조가 아닌 것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416장- - - - - 7.4조        139장- - - - - 7.4조
                    310장- - - - - 6.5조        126장- - - - - 7.6조
                        7장- - - - - 6.6조          52장- - - - - 7.7조   등등

   그런데 7.5조뿐만 아니라 6.4조, 6.5조, 6.6조 등등 어느 조라도 2행일 때에는 일부분형식이 되고 3행일 때에는 소부분형식이 되고 4행일 때에는 2부분형식이 되고 6행일 때에는 3부분형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사의 형식에 있어서 불규칙한 구조로 된 것이 있는데 찬송가 중에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24장- -  8.6조 2행반, 확대 1부분형식(10소절)
        12장- -  6.6조 2행+8.8조 1행반, 축소2부분형식(15소절)
      307장- -  5.4조+6.4조 5행, 확대 2부분형식(20소절)

   따라서 시인은 7.5조 4행 또는 6행만을 고집하지 말고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써야만 또한 변화있는 곡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사의 행수에 관한 것입니다.
   즉 무슨 조(調)이던 간에 4행은 너무 짧고 6행이상은 너무 길기 때문에 좋은 곡조를 만들기 힘든다는 점을 시인들은 염두에 두어 주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4행+후렴 4행인 경우에는 후렴이 너무 길어서 곡조를 작곡하는 데 있어서는 적당치 않습니다. 후렴은 항상 간결해야만 강조가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2. 가사와 곡조의 리듬의 일치
   가사의 리듬과 곡조의 리듬은 일치되어야 합니다. 곡조는 어디까지나 가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가사와 곡조의 리듬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모순일 뿐만 아니라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울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 찬송가를 가지고 예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합동 90장>- - - (1), (5), (6), (7) 절과 (2), (4), (8) 절과 (3) 절의 리듬이 각각 다릅니다.
           1. 천지가 진동하며 (3+4)        5. 사정을 알지 못한 (3+4)
           2. 삼십삼년 동안을 (4+3)        6. 스물네 반열 위에 (3+4)
           3. 두손과 두발에 (3+3)            7. 그러나 우리 주님 (3+4)
           4. 못 박히는 앞에서 (4+3)       8. 하나님께 죄인을 (4+3)
   이와 같이 가사의 리듬이 같지 않은데 같은 곡조로 작곡한 것을 노래 부르려면 모순이 생겨 부자연스러움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1, 2, 3절의 글자 수와 리듬이 같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나 때에 따라서는 한 두자 정도는 맞지 않아도 곡조를 만드는데 크게 지장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3. 가사와 곡조의 엑센트의 일치
   가사의 엑센트와 곡조의 엑센트가 일치되어야 합니다. 가사에 있어서의 엑센트란 고저 및 장단을 뜻합니다. 물론 가사의 엑센트에 맞게만 곡조를 만들려면 -  너무 구속을 받아서  - 자연스러운 곡조를 쓸 수 없을 경우도 생깁니다. 더구나 단절이 아니고 1.2.3.4절의 가사의 경우에는 1절과 2절과 3절과 4절의 낱말의 엑센트가 서로 맞을 수 없으므로 이 때에는 1절 가사에 맞게 작곡한다거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절에 맞도록 작곡한다거나 또는 공통된 엑센트가 많은 것에 맞추어 작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4. 곡조의 종지형에 대하여
   음악에는 네가지의 종지형이 있습니다.
    1. 정격종지- - - - - - -- - - -  Ⅴ Ⅰ
    2. 변격종지 - - - - - -- - -- -  Ⅳ Ⅰ
    3. 반 종지 - - - - - - - - - - -  Ⅰ Ⅴ또는 xⅤ
    4. 허위종지 - - - - - - - - - -  Ⅴ Ⅵ 또는 Ⅴ Ⅲ
   즉 곡조가 완전히 끝날 때에는 정격종지 또는 변격종지를 하게 되고 곡조의 중간에서는 반종지 또는 허위종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반종지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곡조의 중간에서 잠시 쉴 때에는 반종지를 하게 되는데 이 때에 가사와 곡조(종지형)가 서로 맞아야만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사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곡조도 반종지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했는데, 했으니, 하오니, 했으나, 하시고, 하면서, 하오며, 하기를, 사랑을, 했지만, 지킬 때, 말씀이, 믿으면, 하다가, 사람은, 벗되어 등등.
   이제 찬송가 중에서 예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84장, 7∼8소절>

             1. 다 찬송 하기        3. 온 몸이 곤하
             2. 또 다시 부르        4. 온 세상 구주

   위의 가사에 있어서 1, 2, 3절은 가사 자체가 반종지를 했는데 곡조는 정격종지를 했으니 이것은 가사 번역이 잘못된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4절만이 번역이 잘 된 셈입니다. 시인은 1, 2, 3절을 작사할 때 모두 반종지 하거나 모두 정격종지 또는 변격종지를 해야만 이에 맞게 작곡가가 작곡할 수 있는 법이므로 서로가 종지형에 대해서 특히 주의해야 된다는 점을 또한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
   좋은 찬송가 가사를 쓰기 위한 나의 몇 가지 제언을 가지고 결론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무릇 가사가 좋아야만 좋은 곡조가 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특히 한국 찬송가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언을 하려는 것입니다.
 1. 4.4조 또는 3.4조의 부활
   우리나라의 판소리의 창본과 시조의 가사를 보면 판소리는 4.4조로 되어 있고 시조는 주로 3.4조로 되어있습니다.    <심청가>의 창본 중의 일부를 인용하면
                  천지 만물 삼겨날제
                  날 짐생은 알을 낳고
                  길 짐생은 새끼치고
                  백초도 싹나는 듸 …

   <시조>의 가사를 인용하면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여 하느냐

   이와 같이 우리 고유의 가사 형식인 4.4조 또는 3.4조를 부활시켜 3행, 4행 또는 6행으로 찬송가 가사를 쓰게 되면 결과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곡조가 탄생할 것이 분명합니다. 더욱이 4.4조나 3.4조로 가사에 곡조를 쓰려면 4/4 박자 보다는 6/8박자가 적합하므로 자연히 한국적 리듬의 곡조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7.5조 4행 또는 7.5조 6행에서 탈피하고 4.4조 또는 3.4조를 부활시켜야 된다는 것을 역설하는 바입니다.

 2. 단절가사의 시도
   찬송가 가사는 반드시 1, 2, 3, 4절로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7.7조 또는 7.8조,  8.8조, 9.9조 등의 4행 또는 5행, 6행 등으로 단절(單節)로 쓰면 이에 따라 또한 새로운 스타일의 찬송가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단절로 가사를 쓰려면 구태여 리듬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자연히 자유시에 가까운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시를 주로 쓰는 시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3. 시적 능력이 있는 가사
   <기쁘다 구주 오셨네>와 <아 기뻐라 주 오셨다>를 비교해 보면 어느 편이 보다 시적인가를 직감할 수 있습니다.
   찬송가는 먼저 가사만으로도 은헤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곡조가 잘되었다 하더라도 가사가 시적이 아니고 유치하다면 부르고 싶은 심정이 덜 날 것이 아니겠습니까?
   흔히 찬송가 가사에 있어서 글자수를 맞추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시적이 아닌 표현이 되거나 또는 어려운 한문식의 낱말이 섞인 것을 보게 되는데 이런 점은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위 일음일자주의(一音一字主義)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좋은 찬송가를 만들려면 작곡가는 시를 이해해야 하고 시인은 음악을 이해해야 좋은 곡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바입니다.

 <한국찬송가위원회 연구지 「예배와 찬송」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