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찬송가 가사 번역에 있어서의 선결문제
- 음악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

나  운  영

  영어 가사에 의해 작곡된 찬송가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차라리 의역하거나 또는 의역한 것을 가지고 새로 작사하는 편이 훨씬 쉬울 것이다.  더욱이 음악에 맞도록 가사를 만들어야 하니 이보다 더 힘든 일이 또 있으랴?
   ● 가사 번역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직역이냐 의역이냐?
      2. 1음 1자주의를 고집해야만 하느냐?
      3. Phrasing이 맞아야 하느냐?
      4. Accent가 맞아야 하느냐?

   첫째 : 직역하면 원가사에 가장 가까운 것이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은 하나의 이상론일 뿐이고 반대로 의역을 하면 원가사와 거리가 멀어지기가 쉽다.  따라서 <직역반 의역반>으로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다.
   둘째 : 멜로디의 음표와 가사의 자수가 꼭 맞으면 노래할 때에 매우 편리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소위 1음1자주의를 고집하다 보면 불필요한 관사, 접속 사, 감탄사 등등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도리어 부자연스럽거나 유치한 가사가 되기 쉽다.  따라서 이를 고집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 : 음악의 Phrasing과 가사의 Phrasing이 맞지 않으면 모순이 생긴다.  따라서 Phrasing이 반드시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 조건이다.
   넷째 : 멜로디의 Accent와 가사의 Accent가 어긋나면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사 전달이 잘 안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될 수 있는 대로 Accent 가 일치하도록 특별히 힘써야 할 것이다.
   이상 네가지 원칙 중에서 내가 강조하는 것은 Phrasing과 Accent에 관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Phrasing과 Accent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이해가 부족한 듯 생각되지 때문이다.
   Phrasing은 구절법이라고 하는데 음악에 있어서 본래 Phrase는 4소절이고 이것은 Motive(2 소절)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나뉘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Motive가 Repetition이나 Sequence에 의해 반복될 때에만 반드시 나뉘어진다.

     
   ● 위의 악보에 있어서
     (1)은 Repetition(반복)이기 때문에 반드시 Motive 둘로 나뉘어져야 하고,
     (2)는 Sequence(동형진행)이기 때문에 역시 Motive 둘로 나뉘어져야 하고,
     (3)은 Repetition이나 Sequence는 아니기 때문에 a, b로 나뉘어질 수는 있으나 반드시 나뉘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태여 Motive 둘로 나누지 않아도 무방하다.
     (4)는 Motive 둘로 나누지 않은 경우이다.

   그러면 우리가 항상 부르는 찬송가 중에서 5편을 택해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위의 악보에 있어서 은 찬양가(1894년에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곡조찬송가)이며, , , 는 각각 합동, 새, 개편 찬송가를 의미하는데,
   1. 은 처음부터 끝까지 3)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고,
   2. , 는 1∼4, 5∼8은 3)의 방식 대로, 9∼12, 13∼16은 4)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고,
   3. 는 처음부터 끝까지 4)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고 는 무난한 편이나 , 는 일관성이 없어 부자연스럽다
     
     

   악보에 있어서
    1. 은 1∼4, 5∼7은 4)의 방식 대로, 8∼11은 1)의 방식 대로, 12∼15는 2)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다.
    2. ,는 1∼4, 5∼7, 8∼11, 16∼19는 4)의 방식 대로, 12∼15는 2)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니 특히 9소절 2박 다음에 끊어진 점이 잘못이고,
    3. 는 1∼4는 3)의 방식 대로, 5∼7, 16∼19는 4)의 방식 대로, 8∼11은 1)의 방식 대로, 12∼15는 2)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가장 잘된 것은 이고, 는 무난하나, , 는 Phrasing을 무시한 것으로서 비음악적이다.  다시 말해서 9소절, 2박의 첫음에서는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

     
     
    위의 악보에 있어서
    1. 은 1∼4, 9∼12, 13∼16은 3)의 방식 대로, 5∼8은 4)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고,
    2. , 는 1∼4, 5∼8, 9∼12, 13∼16은 3)의 방식 대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 는 4소절 3박자에서 예외로 1음2자가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가 가장 이상적이고, 보다 조금 못하고 은 6소절 3박에서 끊어진 것이 치명적이다.
    Accent는 박자에 있어서 강박에 붙는 것이 원칙인데 예외로 약박으로 시작되는 Phrase 또는Motive에 있어서의 첫음, 쉼표 다음의 첫음, Syncopation(당김법)에 있어서의 둘째음에도 Accent가 붙는 법임을 알아야 한다.

         위의 악보에 있어서 ∧와 >는 모두 Accent표이나 >보다는 ∧를 더 강조해야 하는데 약박이라고 해서 Accent를 붙이면 안된다고 생각 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박자에 있어서의 Accent 관계가 아니라 리듬에 있어서의 Accent 관계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즉 리듬에 있어서 Accent가 붙은 음표를 주박(主拍)이라 하고 Accent가 붙지 않는 음표를 부박(副拍)이라고 한다.  따라서 위의 악보 No. 1,2,3에 있어서 가사에 ○을 친 것은 모두 Accent가 뒤바뀐 것을 표시한 예이다.

    Accent에 관해서 No. 4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위의 악보에 있어서
    1. 는 Accent가 뒤바뀐 곳이 하나 뿐이므로 가장 자연스럽고,
    2. 은 Accent가 뒤바뀐 곳이 셋이 되므로 개보다 덜 자연스럽고,
    3. 는 Accent가 뒤바뀐 곳이 다섯이 되므로 더 부자연스럽다.

   끝으로 Phrasing과 Accent만을 중심으로 판단해 볼 때 No.1 2에 있어서는 <찬양가>의 가사가 단연 우수하고, No. 3, 4에 있어서는 <개편>의 가사가 단연 우수하다는 것이 이로써 증명된다.
   그러므로 무조건 - 어떤 찬송가라도 첫줄(1st Line)만을 <합동>을 따르기를 주장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통일 된 찬송가가 나올 경우 합, 새, 개의 장수를 찾는데 편리하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합동>의 첫줄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합, 새, 개의 [대조표]를 첨부하면 되는 것이니 별문제 없을 것이며 통일된 찬송가가 발행되면 합, 새, 개는 발행하지 않을 것이므로 대조표 자체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을 내다볼 때 통일된 찬송가의 발행이 다소 늦어질지라도 음악분과의 검토를 거쳐서 부끄러움 없는 가사를 내놓아야 할 것을 나는 강조한다.

    「직역이냐? 의역이냐? 1음1자주의를 고집하느냐?」등의 문제보다도 Phrasing과 Accent가 맞느냐? 안맞느냐? 가 선결문제라는 점을 모든 교회 음악인을 대신해서 간절히 호소하는 바이다.

<한국찬송가위원회 연구지 「우리 찬송가의 발전을 위하여」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