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교회음악인의 체질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 바하.헨델.스카를랏티 탄생 300주년에 즈음하여 -

나  운  영

   금년은 바하, 헨델, 스카를랏티 탄생 3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로서 세계 각국에서 서둘러 기념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7일에 나영수 지휘.국립합창단 연주로 <요한 수난곡>이 연주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서양 음악사에 의하면 최초의 작곡가는 던스터블(John Dunstable, 1370 년경∼1453)이라고 하는데 그는 네덜란드 악파의 선구적 존재로서 15세기의 대표적인 대위법적 음악의 작곡가이며 <성령이여 오소서> 외 9편의 모테트를 작곡했다.
   그 뒤를 이어 팔레스트리나.랏소.버어드.퍼어셀.몬테베르디.쉬츠.윌리.쿠프랭.비발디.텔레만을 거쳐 바하.헨델.스카를랏티로 이어지는데 이들은 모두가 교회 음악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스카를랏티(Domenico Scarlatti, 1685∼1757)는 <미사.오라토리오.칸타타> 등 9편을 남겼으니 바하.헨델에 비해 과소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좀 부당하다고도 생각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들은 대개가 교회 음악 작곡가요, 오르가니스트 또는 교회나 궁정의 악장을 역임했으니 교회 음악과 교회 음악인이 음악계를 선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교회 음악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곡가, 지휘자, 오르가니스트, 성악가가 몇이나 될까? 과연 우리나라에 명실상부한 교회 음악계가 형성되어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나라의 교회음악 출판물이 대신해 준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즉 선곡에 있어서 9할 이상이 외국 곡이요―그것도 신곡이 아닌― 전시대적이고, 유치한 소품이니 말이다. 다시 말해서 현대적인 작품이나 한국적인 작품은 아예 도외시되고 낡은 서양풍의 수준 이하의 곡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회는 교회 음악인의 체질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즉 교회 음악인의 체질개선 없이는 교회 음악의 체질개선은 바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 교회 음악은 헨델의 <메시아>가 그 전부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바하.하이든.모짜르트.베토벤.브람스.포레.베르디 등등 레퍼토리의 폭을 넓혀야 한다. 어느 의미로는 우리나라의 교회 음악은 바하.헨델 이전으로 되돌아가서 새출발을 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즉 팔레스트리나.랏소.몬테베르디.비발디 등등의 작품을 통해서 교회 음악의 진수를 체득해야 한다. 바로크와 바로크 이전의 음악은 한편 근대음악,현대음악과도 상통하는 점이 많으니 장차 메시앙이나 펜데레쯔키.리케티 등을 연주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바하.헨델.스카를랏티 탄생 30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나라 교회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게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일찍이 스트라빈스키는 <Back to Bach>를 외쳤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Back to Pre­Bach>를 새삼 외치고 싶다. 이것만이 우리나라 교회 음악인과 교회 음악 체질을 개선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간 「교회음악」85.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