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음악조기교육과 재능개발
 -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

나  운  영

   우리나라 속담에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버릇에는 좋은 버릇도 있을 것이요 나쁜 버릇도 있을 것이나 일반적으로는 나쁜 버릇을 뜻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세 살 때에 잘못 배운 것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과장해서 말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운경 유치원을 설립 한 지 19년이 되는 오늘날까지 나 자신이 과거에 유치원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 늘 후회된다.  물론 나의 어린 시절에도 유치원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지만 오늘날처럼 유치원을 거치는 것이 하나의 상식으로 되어 있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특수 부유 층이나 기독교 가정이 아니고서는 유치원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즉 그 당시의 유치원은 대체로 교회에서 경영했었고 교회 자체가 신문화의 센터의 구실을 했었던 까닭에 유치원을 다닌 어린이와 못 다닌 어린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유치원에서 잘못 배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배운 것이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니 무슨 까닭일까 …  이는 세 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가기 때문이다.

   세기의 대 연주가 카잘스로 하여금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한 일본의 스즈키 신이찌 박사는 일찍이 말하기를 「사람에게는 누구나 재주가 있다 그러므로 그 재주를 옳은 방향으로 키우면 <잘 하는 천재>가 되고 그릇된 방향으로 키우면 <못 하는 천재>가 된다.  사실상 천재는 없다. 그러나 만약에 천재가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사람이 천재이다.  왜냐하면 못 할 수 있는 비상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나의 은사이기도 한 스즈키 박사에게서 한 통의 놀라운 편지를 받은 일이 있다. 그는 일본 전국에서 10세미만의 어린이 중 멘델스존 작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전 악장)을 능숙하게 연주할 줄 아는 어린이가 3,500명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어느 정도까지는 믿으면서도 한 가닥 질투를 느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소위 <스즈키 메소드>는 카잘스 메뉴인 오이스트라프, 모이즈 등을 놀라게 하여 오늘날에는 일본 전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한국 중국 등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는 사실을 볼 때 그의 재능 교육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산 증거임을 확신케 한다.
   금년 2월 나는 일본 나가노현의 마쓰모도시에 있는 재능교육회관을 찾아가서 2일간 견학을 했었다.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 강습을 받으러 온 수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을 볼 때 「과연 여기가 재능교육의 메카로구나」하는 느낌을 가졌다.  82세의 노 청년(?)인 스즈키 박사와의 34년만의 대화를 통해 그가 현역 바이올리니스트인 동시에 위대한 음악 교육자이며 아동 심리 학자인 것을 나는 재확인했다. 오늘날 <스즈키 메소드>는 바이올린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첼로,  피아노,  플루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 3월에 거행되었던 제 23회 전국대회는 3,000명의 어린이에 의한 콘서트였다. 이 콘서트는 경이와 감탄과 흥분 속에서 열렸었다. 4월에는 스즈키 메소드 연구소의 기공식이 있어 그의 오랜 꿈인 육아 국책과 <어떤 어린이도 자란다>의 연구가 더욱 본격화되게 되었음을 계간 「재능교육 10주년 기념호」를 통해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이 <스즈키 메소드>를 올바르게 받아들여야겠다는 것을 더욱 통감하게 된다.
   그의 재능 교육 5훈은 다음과 같다.
        1. 보다 이른 시기
        2. 보다 좋은 환경
        3. 보다 좋은 지도법
        4. 보다 많은 훈련
        5. 보다 훌륭한 지도자
   즉 그의 재능교육이란 모든 어린이를 음악가로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음악을 통해서 재능을 개발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순전한 음악교육이라면 이보다도 몸 움직임(율동)을 통한 음악교육인 <달크로즈의 유리드미크>나 주로 리듬악기의 합주를 통한 음악교육인 <칼 오르프의 시스템>, 노래와 놀이를 통한 음악교육인 <코다이 메소드> 등등이 있으나 <스즈키 메소드>는 단순한 음악교육만이 목적이 아닌 점에 큰 특색이 있는 것이다. 그의 저서인 <재능교육은 0세부터>, <음악의 능력개발>, <사랑에 산다>,<유아의 재능교육>, <재능개발의 실제>, <나의 유아개발론>,<어린이의 운명>, <음악에 의한 유아의 재능개발>, <바이올린에 대한 유아의 재능개발>, <걸어온 길>, <주법의 철학>등을 통해서나 재능교육 연구회 산하의 재능교육 음악교실, 재능교육 유아학원, 재능교육 음악학교를 통한 교육에서나 전국대회, 전국 지도자 연구대회, 하기학교를 통한 행사에서 어떤 어린이도 자란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랑의 실천을 부단히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이야말로 국가와 인종을 초월하여 유아교육의 가능성을 찾아 차세대의 평화를 위한 교육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절대로 과언이 아니리라.

   나는 이미 1950년에 <조기교육과 속성교육>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논한 일이 있다.
   「음악 조기 교육이라는 것은 음악에 대한 재능을 되도록 어릴 때부터 길러주자는 것입니다. 즉 음악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만 진보가 빨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것을 잘못 이해하여 어린이의 발육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가르치기 시작하여 되도록 빠른 기간에 콩쿠르에 입상시킴으로써 부모의 야망을 채워 보려는 경향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부모들은 조기교육을 마치 속성교육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몰지각한 부모들과 그들의 비위를 맞춰 무책임한 교육을 자행하는 사이비 음악선생들로 말미암아 허다한 어린이들이 난치병 환자 내지는 불구자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중략)
   세째로는 교칙 본(에튀드)과 연주용 악곡(레퍼토리)은 병행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연주용 악곡보다 교칙 본을 중요시했었고 요즈음에는 반대로 교칙 본보다 연주용 악곡에 치중하는 경향이 노골화 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모두가 1장1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먼저 교칙본과 정도(수준)가 같은 연주용 악곡을 선택한 다음에 이를 병행시켜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교칙본과 연주용 악곡의 정도의 차이가 심하여 교칙 본은 극히 초보에 머물러있는데도 멘델스존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강제로 가르치는 악풍이 돌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또한 아울러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이올린에 있어서 <스즈키>의 바이올린 지도곡집>을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정도가 되어 있는 듯한데 물론 이것은 교칙 본에서 해야 할 것을 연주용 악곡을 통해 공부시킨다는 것으로 일견 매우 요령이 있고 이상적인 것 같으나 이것은 일종의 속성교육이므로 확실성과 영구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즉 단기간에 최대한도로 성과를 거두는 데는 매우 능률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기초교육이 부실하여 결과적으로는 어느 선까지 도달한 후부터는 조금도 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닦아 놓았던 기초가 가속도로 허물어지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는 비참한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로 말미암아 희생의 제물이 되지 않기를 재삼 바라는 바입니다 .(중략) 끝으로 상술한 바와 같이 다섯가지 점에 유의하여 음악조기교육으로 인한 과거의 폐해를 완전히 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모차르트, 멘델스존, 생상스 등과 같은 천재가 속속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이 글을 썼을 때만 해도 나는 <스즈키 메소드>에 대해 일종의 질투감과 불신감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이것이 하나의 기우였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었으며 더욱이 이번의 마쓰모도시의 방문과 스즈키박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확신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끝으로 어린이의 현악지도에 있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먼저 피아노를 가르치고 그 다음에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가르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고 또한 능률적이다」라는 말이다. 즉 피아노와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동시에 한다 해도 그다지 무리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피아노를 먼저 가르치고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2,3개월쯤 후에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홍난파 선생님의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 현악을 올바르게 가르침으로써 머지 않아 제2의 정경화, 김영욱, 강동석 등이 쏟아져 나오는 날 음악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름은 더욱 빛나리라. 그러나 음악조기교육이란 반드시 세계적 음악가를 만들어 내는 데에만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음악을 통해서 어린이의 재능을 개발시키는 동시에 머지 않은 장래에 수준 높은 순수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교양인을 기르는 데에도 또한 큰 뜻이 있다는 것을 첨언해 두는 바이다.

<월간 「여성중앙」 1977.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