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좋아하는 레코드 음악

나  운  영

   행인지 불행인지 하여튼 나는 다섯 살 때까지는 레코드를 들어 본 일이 없었다. 생일이 역사적인 3월 1일인지라 나는 여섯 살에 서울 미동 보통학교에 들어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창가를 배웠는데 창가를 무척 좋아했다. 처음으로 들어 본 풍금(오르간)소리, 피아노 소리, 바이올린 소리에 완전히 반해 버렸던 것이다.
   그 해에 난생 처음으로 나는 유성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즉 내가 들었던 최초의 레코드 음악은 베토벤의 「스테판 왕 서곡」과 「교향곡 제5번 '운명'」이었다. 나는 이 음악에 도취되어 기회있을 때마다 몰래 듣곤 했던 것이다.
   중앙고보 시절 나는 '돌체'의 전신인 경성다방에 드나들면서 특히 비제의 「페르퀸트의 모음곡」 볼프 페라리의 「성모의 보석 간주곡」을 비롯하여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 5, 6번」을 열심히 들었다.
   푸른 뜻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간 음악학교 시절 나는 음악다방에 드나들면서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곡 제1번」, 리스트의 「교향시 제3번 (전주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과 「세헤라자데」를 비롯하여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 제 16번 작품 135번」,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브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그리고 특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바이올린 협주곡」, 바르토크의 「현악 4중주곡 제1번」을 듣고 이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어느덧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돌아온 뒤로는 돌체다방에서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키제 중령」, 불로호의 「쉘로모ㅍ,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곡」등을 즐기던 중 우연히 '귀와 눈에 의한 콜롬비아 음악사 제5부 <현대음악 편>'의 레코드를 사서 듣게 되었는데 이것을 통해서 후기낭만파 음악의 엘가, R-스트라우스, 말러, 팔랴, 본-윌리암스, 박스와 인상파음악의 드뷔시, 라벨과 다조주의 음악의 미요와 무조주의 음악과 표현주의 음악의 스트라빈스키, 카셀라, 힌데미트, 바르토크, 쇤베르크와 기악법에 있어서의 극단주의 음악의 바레즈와 미분음주의 음악의 하바 등을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음악학교 시절에는 주로 스트라빈스키, 베베른 등 현대음악 스코어와 작곡 이론 서적을 열심히 수집했을 뿐이고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졸업 후 서울에서부터였는데 비교적 초창기에 이 현대 음악(8매)을 사들여 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천행이라고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이 때부터 나는 현대 음악의 노예나 포로 - 아니 사도(?)가 되었던 것이다. 이 레코드 중에서 특히 미요의 「소 교향곡 제3번」, 스트라빈스키의 「결혼」, 바레즈의 「옥탄드르」, 하바의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6분음 2중주곡」을 나는 미칠 듯이 좋아했다.
   6. 25사변 때 나는 수 많은 S. P판을 집에 둔 채 피난을 가야만 했으나 <콜롬비아 음악사 제 5부 현대음악편>과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바르토크의 「현악 4중주곡 제1번」만은 기어이 가지고 내려갔던 것이다. 그런데 부산 피난 시절에 나는 스트라빈스키의 「결혼」 전곡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대구까지 가서 - 역시 피난 중이었던 르네상스 다방에서 듣고 되돌아온 일까지 있었다. 그리고 보면 이 스트라빈스키의 '결혼'은 나의 생애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명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줄로 생각된다.

   정부가 환도한 후부터 나는 뒤늦게나마 현대음악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스트라빈스키 전곡>, <쇤베르크 전곡>, <베베른 전곡>, <전위음악 전곡> 등을 비롯 [우연성음악], [구체음악],[ 전자음악], [전자계산기음악 ] - 그리고 [동남아음악] 더욱이 우리 [국악] 등 광범위하게 모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주(해석)법을 비교 연구하기 위해 「메시아」, 「운명」, 「비창」,「신세계」 등은 각 지휘자의 것을 모조리 수집하고 있는 모집광(募集狂)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내가 수집한 수 만장의 레코드 중에서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을 대략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Cage : Aria with Fontana Mix, Amores for Prepared Piano 0Percussion
 2. Varese : Ionisation, Octandre, Poeme Electronique
 3. Schonberg : Pierrot Lunaire, 5 Pieces for Orchestra
 4. Hindemith : String Trio No.2, Kammer Musik Nr.1-7
 5. Bartok : String Quartet No.1, Contrasts, Violin Concerto No.1
 6. Stravinsky : Les Noces, Renard, Violin Concerto, Movements for Piano & Orchestra
 7. Prokofiev : Love for 3 Oranges, Suite, Violin  Concerto No.1
 8. Gershwin : Concerto in F, Opera "Porgy 0 Bass", Rhapsody in Blue
 9. Shostakovich : Symphony No.1, The Age of Gold
10. Jolivet : Concertino for Trumpet, Concerto for Piano
11. Bloch : Schelomo, Baal Shem, Violin Concerto
12. Copland : Rodeo, El Salon Mexico
13. Berg : Lyric Suite, Opera "Wozzeck"
14. Vaughan-Williams : G minor Mass, Concerto Accademico(Violin Concerto)
15. Ibert : Escales, Saxophone Concerto
16. Debussy : Rhapsody for Saxophone 0 Oechestra, 3 Nocturnes, 12 Preludes for Piano I,II
17. Ravel : Sheherazade, Piano Trio
18. Ginastera : Concerto for Piano 0 Orchestra
19. Milhaud : 5 Little Symphony, La Cheminee du roi Rene
20. Boulez : Le Marteau Sans Maitre, Piano Sonata No.1,2,3
21. Stockhausen : No.5 Zeitmasse, Gesang der Junglinge
22. Barber : Summer Music
23. William Schuman : Symphony No.6,7,8,9
24. Penderecki : Threnody for the Victims of Hiroshima, Passion according to St.Luke, Utrenja
25. Xenakis : Eonta for Piano 0 Brass, Pithprakta
26. Ligeti : Requiem, Atmospheres
27. Glanville -Hicks : Opera "The Transposed Heads"
28. Webern : Complete Works
29. Musique Concrete, Musique Electronique
30. Avant Garde Vol.1,2,3                                                             (무순)

  물론 이것은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데 불과하나 최소한 이것쯤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연주가를 소개한다면 대략 아래와 같다.
     지휘자 - 푸르트뱅글러, 스토코프스키
     바이올린 - 크라이슬러
     첼리스트 - 카잘스, 포이어만
     소프라노 - 갈리-쿠르치
     테너 - 카루소, 질리
     베이스 - 샬리아핀
     실내악단 - 레너 4중주단

   이 중에서 스토코프스키를 제외하면 모두가 S.P. 시대의 연주가인데 이들의 연주 해석이 - 기교를 앞세울 뿐 너무나도 빠르고 얄팍한 느낌마저 주는 요즈음의 연주에 비해 - 보다 깊고 인간미가 넘쳐 흘러 훨씬 음악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나의 체험이 특히 현대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계간 「레코드음악」 1978.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