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T.S.D. 시비 낙수

나  운  영

   현대인이 현대음악을 써야 한다는 것은 문제 삼을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악단의 실정이다. 1952년 주간 『문학예술지』에 게재되었던 나의 평론 「악단을 해부함」이 편집자의 독단으로 「허세의 악단」이란 제목하에 발표되었을 때 이 제목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먼저 불쾌감을 느낀 자는 나 자신이었다. 악단인의 일원인 나 자신이 허세란 말을 쓴다는 것은 마치 '드러누워 침 뱉는 격'인 까닭이다. 하여튼 이 평론이 비단 음악계 뿐만 아니라 타분야에까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만은 사실이다.
   허나 의외에도 음악인 가운데 이것을 악의로 해석하는 자가 많음을 나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나는 결코 평화로운 악단을 교란시키려는 것도, 선배 동료 후진을 모욕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낙후된 우리 악단을 위하여 또한 딜레마에 빠져 허덕이는 우리 악계를 위해 나의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했을 따름이었다.
   나는 편의상 우리 작곡계를 T.S.D파, 민족파, 낭만파, 현대파로 나누어서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순서를 가려서 말했던 것도 아니요, 어떤 일개인을 지목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 중에 어느 한 파에만 속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각 파에 속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자기 자신이 어느 파에 속했을까 는 누구보다도 자기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만약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그 자는 자아 도취에 빠진 자일 것이다. 하기야 나 자신도 T.S.D.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자이며, 민족적 음악을 써 보려고 노력을 하는 자요, 낭만에서 채 벗어나지 못해 고민하는 자이기도 하고, 정성을 다해 현대음악을 연구하는 도상에 있는 자임에 틀림이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 마라톤 선수가 아니다. 즉 우리 선배들이 세워 놓은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우리 후진에게 유산을 전달하는 릴레이 선수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무조음악, 복조음악, 다조음악, 미분음 음악이니 무소절음악, 12음음악 등등이 현재에도 끊임없이 진화되고 발전되고 있는 이 때에 우리는 언제까지 꿈을 꾸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예술 분야에서는 현대적 감각을 듬뿍 지닌 회화, 시 등이 속출되고 있는데 반해 음악만은 소위 찬송가조  - 이것은 찬송가를 모독하는 말이 절대로 아니라 서양식 창가 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물론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중요한 원인은 태만과 무지에 있다고 나는 본다. 마음 문을 열어 놓고 세계적 조류를 호흡하자. 무지는 죄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의 같은 세대의 작가들이 무엇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좀 생각해 보자. 이 안타까운 심정을 아는 자는 알리라. 우리는 적어도 드뷔시에서부터 -아니 바그너에서부터라도 출발했어야 할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았다. 생상스의 프랑스 국민음악협회나, 러시아 5인조, 그리고 프랑스 6인조와 같이 우리 작곡가들도 단결하여 새 출발을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