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음악정화의 기수가 되라

나  운  영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음악 잡지인 「음악계」가 홍난파 선생에 의해 발간된 일이 있었지만 8·15 해방 후로는 「월간 음악」이 이강렴 선생에 의해 처음으로 발간된 이래 「음악문화」, 「음악세계」, 「음악생활」이 태어났다가는 말라 죽기를 거듭하던 중 「월간음악]만이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어 대견한 느낌을 주고 있는 이때에 다시 이강렴 선생에 의해 「월간FM」지가 나오게 된 것은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돌아 보건대 TV 방송과 라디오 방송이 점차로 공익성을 망각하고 오락(娛樂) 아닌 오락(誤樂)과, 음악(音樂) 아닌 음악(淫惡,音惡)을 마구 퍼뜨려 이 공해(公害) 아닌 공해(恐害)에 교양인들이 시달림을 받고 있을 무렵 FM 방송이 탄생하여 고상한 음악, 건전한 음악을 들려 주었을 때 소위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우리들은 얼마나 기뻐 했었던가?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좋은 음질의 음악이 하루 종일 흘러 나오는 가운데 우리는 사무를 보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비로소 '음악의 생활화' 아니 '생활의 음악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도 기대가 컸던 FM 방송도 요즈음에 와서는 차차 악(?)에 물들기 시작하였는지 어느 틈엔가 순수음악 이외에 경음악 프로가 부쩍 늘어나게 되어 다시 교양인들의 눈살을 찌프리게만 하던 차에 「월간 FM」지가 나오게 된 것은 적시안타라 말할 수 있다.
   FM 방송의 사명이 무엇인가? AM 방송이나 TV 방송과 대동소이한 것이라면 그 존재 가치가 없지 않은가? FM 방송은 절대로 클래식 음악 팬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이제 「월간 FM」지가 퇴폐적인 음악, 저질 음악, 유치한 음악밖에 모르는 대중을 계몽시켜 순수음악, 고상한 음악, 현대음악의 매력 - 그리고 국악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도록 바르게 이끌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월간 「 FM」 1974. 3(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