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수학적 두뇌 없이는 음악을 할 수 없다

나  운  영

   일반적으로 음악대학이나 대학 음악과,음악교육과 입시에 있어서 이론 과목을 폐지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여기에 이론 과목이란 '음악통론' 또는 '악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되나 그 어느 것이든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악전은 음악통론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나 뭐니뭐니 해도 악전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악전을 포함한 음악통론을 반드시 가르치도록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학교에 있어서의 음악 교육은 가창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형편이어서 음악통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들어가게 마련이므로 - 비록 대학 1학년에서 음악통론을 다시 배운다 해도 입시 때에 반드시 음악통론 시험을 치뤄야만 한다. 더욱이 요즈음에 와서는 차차로 대학 1학년에서 아예 음악통론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의 수가 늘어만 가니 이는 큰 잘못이다.
   둘째로 악전은 기보법과 기초이론으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조표, 음정, 조옮김 등의 기초 이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폐단이 있으니 이렇게 되면 화성학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조표를 가르치는 에 있어 멜로디를 보고 그 조성을 알아 맞출 수 있도록 가르쳐야 되고, 음정에 있어서도 어떤 성질의 음정이든 알아 맞추는데 그치지 말고 자기 자신이 적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조표라도 조옮김을 할 수 있어야만 음정, 조옮김을 제대로 아는 것이 증명된다. 그러므로 절대로 기초 이론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셋째로 우리나라 음악도들이 연주 기술의 연마에만 치중하는 나머지 이론을 모르는 폐단이 많다. 예를 들어 자기가 연주하는 곡이 무슨 조이며, 무슨 화음이며, 무슨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어디서부터가 소나타 형식의 제 2주제인지 조차도 모르고 오로지 손가락으로만 연주하는 관계로 연주 도중에 잊어 버리거나 틀리는 일이 많고 그뿐 아니라 연주가 중단됐을 때에 그 자리부터 다시 하지 못하고 맨 처음부터 다시 쳐야만 하니 이는 다시 말해서 머리로 암기해서 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한 예만 보더라도 음악 이론을 등한히 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가를 알 수 있다.
   넷째로 특히 악전의 경우 소위 사보학(?)에 속한다고나 할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까지 낼 것이 아니라 기보법과 기초 이론을 테스트함으로써 수학적 머리가 있는가를 판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음악과 수학은 전혀 거리가 멀고, 수학을 잘못하기 때문에 음악을 가르치려 드는 학부모가 있는 듯한데 이는 참으로 인식 부족이라 아니할 수 없다.도리어 수학적 두뇌가 없이는 음악을 할 수 없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공부를 잘못하는 학생이 음악을 전공할 시대는 이미 지나간지 오래이다. 두뇌가 좋은 사람 - 다시 말해서 수학적 재질이 있고 악보를 잘 기억할 줄 아는 머리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이내 한계점에 도달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물론 대학마다 방침이 다르고 입시 행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론 과목을 폐지함으로 말미암아 이론을 전혀 모르고도 실기만은 귀신 같이 잘하는 천재 아닌 '기형아'를 발굴하는 입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 아닌가.

 <월간 FM  1976.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