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강력한 새 차원 체취 풍겨
 - 안일웅 실내악 작곡 발표회 평 -

나  운  영

   개척자는 고독했다. 이방인 안일웅은 70년부터 잔잔한 호수 부산의 작곡계에 다섯 번이나 돌을 던졌다. 현대음악을 한낱 헤프닝 쇼로만 오해해 버리기 쉬운 우리 현실 속에서 그는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과감하게 자기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으니 집념의 사나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그를 존 케이지의 사도라고만은 보지 않는다.
   그는 낯 설은 땅에서 순수한 의미에 있어서의 현대음악을 꾸준히 계도하는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 어디까지나 진지한 작곡가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발표된 4편 중에서 「무희 13악기와 색채군을 위한 실내악」과 「실내악의 바다」는 뜻 깊은  작품이었다.
   특히 「무희」의 차원, 13악기가 이루는 차원, 그리고 컬러 그루우프가 형상하는 또 하나의 차원이 구성하는 작품을 통해서 나는 그의 강렬한 개성과 체취를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표회를 통해서 서양 단조의 선율과 단3화음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오는 점을 의식하면서 다음 번에는 이와 또 다른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안일웅은 안일을 기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척자라고 결코 고독하기만 하진 않았다. 600여명의 현대음악 팬이 운집하여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준 것을 볼 때 더욱 그러했다. 이제 그는 이방인이 아니다 부산의 팬에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 1978.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