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무용계의 발전을 위한 제언

나  운  영

   음악과의 제휴없이 무용은 발전할 수 없다. 이처럼 무용과 음악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무용과 음악, 무용가와 음악가가 서로 제휴하려 드는 기미조차 별로 안보이니 어찌 된 일일까? 한 말로 말해서 무용가가 음악에 대해서 무식한 탓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있어서 모든 예술 분야 가운데 무용이 가장 뒤떨어져 있는 이유 역시 무용가가 음악을 모르는 탓이라고 단언한다. 기성 곡이든 신곡이든 박자와 소절 수만 계산하면서 무용하지 않는 자가 과연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나는 무용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음악학교 재학시절부터 현대음악을 좋아했던 까닭으로 항상 스트라빈스키의 「불새」,「페트르슈카」,「봄의 제전」,「결혼」,「병사의 이야기」 등을 즐기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무용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엘리아나 파블로바 무용연구소를 49년전에 방문한 일조차 있었다. 이제 내 나름대로 평소에 느꼈던 점을 토대로 지론의 일단을 피력코자 한다.
    첫째로 음악의 5대 요소에 대해 전문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물론 무용에서는 Rhythm, Melody, Harmony, Tone Color, Form 중 리듬이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것 같겠지만 이것은 편견이고 이 다섯가지 요소 중에서 어느 하나 그 비중의 우열을 논할 수 없을 만큼 모두 중요시되어야 한다. 즉 리듬에 있어서의 박자, 속도, 리듬 등의 변화와, 선율에 있어서의 순차적 진행, 도약적 진행, 전음계적 진행, 반음계적 진행, 같은 멜로디의 반복, 멜로디의 변화 등과 화성에 있어서의 순수화음, 변화화음, 전조 등의 변화와, 음색에 있어서의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의 변화와, 악식에 있어서의 가요형식, 복합 3부분형식, 주제와 변주곡형식, Rondo형식, Sonata형식, Fugue형식 등의 구성을 완전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화성학, 대위법, 악식론, 관현악법, 작곡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둘째로 음악사, 음악감상, 음악분석법, 음악미학, 비교음악학, 음악교육학, 연주법 등에 대해 상식이 풍부해야 한다. 즉 어떤 곡을 놓고 생각할 때 적어도 이것이 어느 시대적 양식에 속하는가? 또는 이 곡의 내용이 무엇인가? 어느 나라의 음악인가? 쯤은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셋째로 음악을 듣고 자기자신이 안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남이 해놓은 안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음악에 있어서의 연주가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작곡가처럼 자신이 안무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안무를 하려면 레코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악보를 읽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하고, 어느 정도는 피아노도 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넷째로 자기자신이 작곡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무릇 무용이란 작곡이 먼저 되고 안무가 나중에 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나 만약에 안무가 먼저 된 경우 이에 곡을 붙이려면 제 3자가 안무에 꼭 맞게 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것이므로 이럴 때에는 자신이 작곡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래야만 가장 이상적인 작곡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끝으로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무용과는 음악대학에 소속되어야 한다. 즉 무용과가 체육대학에 소속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무용학도는 음악학도 못지 않게 음악을 깊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학도와 함께 강의를 받아도 좋을 것이다.
  둘째로 박자와 소절 수에만 의존하는 무용에서 하루속히 탈피해야 한다. Rhythm, Melody, Harmony, Tone Color, Form의 변화를 의식하면서 희노애락의 표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박자와 소절 수에만 의존해서야 되겠는가? 특히 우리나라 무용가들은 악식에 대해서 보다 깊은 이해가 있어야겠다. 악곡의 구성도 모르고 무슨 무용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셋째로 무용의 토착화와 현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한국적 Idea에 현대적 Style이 결부된 '한국적 현대무용'이 창조되어야 한다. '외국 2세적인 무용'이나 '국적불명의 무용'에서의 탈피를 지향해야 할 것이 아닌가? 디아길레프 없이 스트라빈스키를 생각할 수 없고, 스트라빈스키 없이 디아길레프를 생각할 수 없다. 무용과 음악의 제휴, 안무가와 작곡가와의 제휴 없이는 무용의 발전이란 생각조차도 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 무용이 발전하려면 음악을 - 음악가 못지 않게 깊게, 그리고 넓게 - 이해할 줄 아는 무용가가 대학에서 배출되어야 한다.

    무용이란 팔, 다리로만 하는 기술이 아니라 머리로, 가슴으로 하는 예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월간 「춤」 1978.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