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창작은 모든 예술의 근본이다
80년대 우리 음악계의 새 과제와 전망

나  운  영

   국력신장의 소산물인 세종문화회관의 개관 등으로 예년에 없던 풍요를 이룩한 한국 연주사 10년에 비해 우리 작곡계의 지난 10년은 너무나 초라한 대접을 받아야 했었다.
   대한민국 작곡상이 제정되어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창작인들에게 위로를 주었으며 또한 각 단체별로 활발한 창작 운동이 전개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우리의 작곡가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서 작품발표회를 치뤄야 하고 정작 당연히 요구되어야 할 작곡료의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한 채 빈곤과 고통 속에서 창작 생활을 영위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창악회와 미래악회, 한국 현대음악협회 등 수 많은 작곡단체가 큰 역할을 펼쳤고 아시아 작곡가 연맹대회 및 음악제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등 꾸준한 작곡 운동을 전개하였다.
   유능한 음악도의 등용문이라 일컬어지는 동아 음악콩쿨은 그 권위답게 유능한 인재를 계속 발굴해 내었으며 국립 교향악단과 국립 합창단 등의 연주 단체에서도 국내 작곡가의 작품을 보급하는 데 힘을 써 주었다. 그러나 매년 한 차례씩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개최해 온 「한국 작곡가의 밤」은 일반 청중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으니 국립교향악단 측에서는 매달 정기 연주회 때마다 한 작품씩 나누어서 연주를 하는 등 기왕이면 운영의 묘를 살려 주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실험적인 새로운 음악과 수준 높은 창작 음악을 발굴하는 데 큰 공적을 세워 온 서울음악제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 창작인들의 유일한 제전으로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대단히 안타깝게도 1970년대를 마지막 보내는 이 해에 쓰러져 버리고 말 것 같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음악제가 등장한 이후부터 당국으로부터의 지원이 중단된 것인데 우리나라의 국호를 내어 걸고 외국 작품만을 연주하는 이 음악제를 축소하든가 아니면 아예 없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내 창작물의 제전인 서울음악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수 행사가 없이는 1980년대에도 국내 창작곡이 활발하게 보급되기는 어렵다.
   다가오는 1980년도에 우리가 80년대의 창작계를 돌이켜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의 여러 과제가 우선 해결되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본다.
   먼저 바람직하지 못한 창작 발표회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즉 적어도 초연 작품의 발표 무대에서만이라도 연주자에 대한 사례금이라는 것이 없어져야 하며 또한 무성의한 연습 과정을 거쳐서 안이한 자세로 작곡발표회 무대에 오르고 있는 대부분의 연주가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어느 작곡 발표회를 가보더라도 두 번 이상씩의 연습을 가졌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각고의 노력을 들여서 작곡한 것을 어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연주해 버릴 수가 있을까? 여기에 덧붙여서 작곡자가 만들어낸 악보를 쉬운 쪽으로만 고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분명히 연주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불가능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쉽게만 고치려는 사고와 자세는 정말 시급히 사라져야 할 것 같다. 또 한가지 과제는 연주회나 방송, 출판 등의 경우에 작곡료는 물론이며 작곡 사용료까지도 철저히 받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작곡가들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저작권법이 보다 강력하게 되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다음에는 국내 창작물의 재연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작품은 대부분이 초연으로 끝나 버리는 실정이다. 피땀으로 이룩해 낸 작품이 하루 저녁의 해프닝으로 끝나 버리지 않기 위하여는 그 수준도 향상되어야 하겠으며 연주자 및 연주 단체들이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 주어야겠다.
   어느 예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음악 분야에 있어서는 창작이 가장 중요한 근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하겠다.

 <월간 「음악세계」 1980.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