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표절 시비

나  운  영

   '우리들의 애창곡인 「선구자」가 과연 표절이냐? 아니냐?'에 대한 시비는 우리 음악계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나 보다.
   내가 분석해 본 대로는 박태준 작곡의 「님과 함께」(원명은 「순례자」임)와 조두남 작곡의 「선구자」는 같은 소절이 5, 비슷한 소절이 3, 틀리는 소절이 8이므로 표절이 아니다. 관례상 우리나라에서는 첫 모티브(2소절)가 같으면 표절로 취급받게 되어 있는데 「선구자」의 '도미솔도 미레도라'와 「님과 함께」의 '도미솔도 미레도솔'은 첫 소절만이 같을 뿐 둘째 소절은 틀린다.
   대체로 이런 곡은 자연발생적인 멜로디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슷해지게 마련인데 동요 풍으로 작곡된 「님과 함께」와 가곡 풍으로 된 「선구자」는 전혀 이미지가 다르다.
   한편 조성과 박자표가 같다는 것이 문제가 된 모양인데 그렇다고 표절일까?  Db장조와 6/8이 한 사람의 전용 특허물(?)이란 말인가?  더욱이 형식이 같다고 했는데 이것은 가사의 형식 또는 길이에서 기인된 것이며 16소절이기 때문에 형식이 같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님과 함께」는 'a-a´-a˝-a´˝이고, 「선구자」는 'a-a´-b-c´이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

   「님과 함께」가 1922년작이라는데도 오늘날까지 전혀 불려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비슷비슷하면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선구자」는 변화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짤막한 곡이지만 음악적으로 매우 잘된 곡이기 때문에 애창되는 것이다.
   끝으로 조두남 선생의 쾌유를 빌며 표절 시비를 통해 도리어 선구자가 더 많이 불려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
   표절과 모방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모방의 혐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원작보다 훨씬 좋으면 또한 문제를 삼아 무엇하랴? 표절 시비로 말미암아 우리의 애창곡이 하나라도 줄어들게 되지나 않을까 생각할 때 안타깝기 한이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번의 표절 시비는 「선구자」의 판정승으로 끝나나 보다.

 <월간 「레이디 경향」 1982.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