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여름과 전위예술

나  운  영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무더운 이 때에 여름에 관한 음악을 주제로 한 수필을 쓰라는 편집자의 주문을 받고 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위 명곡 가운데 여름에 관한 곡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즉 비발디 작곡의 콘체르토「사계」(작품 8번), 하이든 작곡의 오라토리오 「사계」, 차이코프스키 작곡의 피아노 독주곡 「사계」, 글라주노프 작곡의 발레 음악 「사계」 가운데에 각각 여름에 관한 것이 있을 뿐이니 이런 작품들의 해설을 한들 조금도 더위를 덜어주지는 못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혹은 베토벤 작곡의 「제 6교향곡 '전원'」의 제 4악장 '폭풍과 뇌우', 롯시니 작곡의 「윌리암 텔 서곡」 중의 제 2부 '폭풍우', 베를리오즈 작곡의 「환상교향곡」의 제 3 악장 '전원의 정경' 등이 여름의 폭풍우를 묘사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것들도 그리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곡이라고는 할 수 없을 줄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밖에도 베토벤 작곡의 피아노 소나타 제 17번 「템페스트」를 비롯하여 시벨리우스 작곡의 전주곡 「템페스트」, 피젯티 작곡의 「여름의 협주곡」, 그리고 그로페 작곡 「대협곡」 모음곡 중의 제 5악장 '구름의 사열', 드뷔시 작곡의 교향적 스케치 「바다」
등등이 있습니다.
  이상 여러 작품 중에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롯시니의 「윌리암 텔 서곡」,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그로페의 「대협곡」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 음악의 스타일이나 작곡 수법 등의 차이가 우리들의 흥미를 끕니다. 즉 폭풍우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고전이나 낭만파의 작곡가로서는 그 이상 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재즈적 수법을 구사한 그로페의 작품이 들어서 가장 실감이 난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 여름이니, 폭풍우니 하는 것을 떠나서 땀을 덜어 준다든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보다도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는 음악, 듣고 있으면 식은 땀이 흐르는 음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전자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작곡가들이 전통적인 수법에 염증을 느끼고 좀 더 기상천외한 음악을 창조하기 위해 모색에 모색을 거듭하던 끝에 구체음악에 이어 전자음악을 만들어 냈는데 이것은 말하자면 악기에 의한 음이나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기와 전자발진기에 의해 전자적 음향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음악으로서 첫째로 음악적 이미지를 그라프에 기록하고 둘째로 음 소재를 전자적 기재에 의해 생산하여 테이프에 녹음하고 셋째로 이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거나 속도를 바꿔 빠르게 또는 느리게 돌리고 넷째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여러 개의 테이프를 편집하여 곡을 완성시키고 다섯째로 입체적으로 배치된 스피커로 방송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전자음악은 종래의 전통음악으로서는 불가능했던 음의 지속을 비롯하여 음고, 음색, 강도 등등을 자유자재로 변화,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운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들을 기회가 더러 있는 전자음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Badings : - Capriccio for Violin & 2 Sound tracks(1952)
    2. Stokhausen : - Gensang der Junglinge(1956)
    3. Badings : - Geneses(1958)
    4. Badings : - Evolution(1958)
    5. Varese : -Poeme Electronique(1958)
    6. Raaijmakers : - Contrasts(1959)
    7. Kagel : - Transicion
    8. Stockhauseni : - Kontakte

   이 밖에도 우리의 흥미를 집중시키고야 말 것으로 믿어지는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Cage : - Aria with Fontano Mix(1958)
    2. Berio : - Circles(1960)
    3. Stockhausen : - Refrain(1959)
    4. Stockhausen : - Zyklus(1958)
    5. Bussotti : - Frammento(1959)
    6. Gassmann : - Electronics(1961)
    7. Sala : - 5 Improvisations on Magnetic tape
    8. Stockhausen : - Nr. 5 Zeitmasse(1955)
    9. Boulez : - Le Marteau San maitre(1955)
  10. Ussachevsky & Luening : - Tape Recorder Music

   끝으로 이와 같은 전위적인 음악을 흥미있게 들어 식은 땀을 흘리는 사람이나, 반대로 조금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 진땀을 내는 사람이나 결과적으로는 모두 서늘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만은 사실이니 이로써 편집자의 주문에 과히 어긋나지 않는 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성대신문 1968.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