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한국판 몬도가네

나  운  영

1
   육교나 지하도는 자동차의 소통을 위해 - 아니 시민들의 생명 보존을 위해 백성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보행 위반자 단속 기간을 제외하고 평상시에는 이것을 이용하지 않고 그 바로 옆을 유유히 활보하는 얄미운 신사숙녀가 적지 않으니 어찌 규탄하지 않을 수 있을손가? 이러고서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죄 없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전가시킬 작정인가? 교통 도덕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순경을 위한 것이 아니고 우선 나 자신을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겠다. 교통순경이 없어도 질서가 유지되어야 문화민족이란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단속 기간이 지나간 다음에는 이런 위반자를 보고도 못 본 척 그저 차 단속에만 열중하고 있는 순경의 태도가 더 못 마땅하다.

2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의례 걸인족들이 도사리고 있다. 마치 기형 동물을 연상케 하는 불구자, 다리에서 피고름이 흘러 나오는 것을 전시하고 있는 환자, 젖먹이를 안고 조금 큰 아이는 땅바닥에 재우고 구걸하는 여인,  추운 겨울에 웃통이 발가벗긴 채 엎드려 손만 내밀고 떨고 있는 소년의 앞을 지나칠 때마다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환자는 치료를 해준다든가 직업걸인은 일정한 곳에 수용한 다음 직업을 알선해 줄 수는 없는가? 이들 중에는 언제나 한 곳에 정착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수시로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옮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어서 어디를 가든지 어느 때나 눈에 잘 띄는 형편이니 근본 대책을 강구해 주어야겠다.

3
   서울역 부근의 밤거리에는 너무도 친절한 안내원이 많다. 초저녁부터 통행금지 시간 직전까지 적선지대에서 서성대다가 아무에게나 "놀다 가세요", "쉬었다 가세요" 하면서 따라오는 여전도사(?)말이다. 간판을 내건 여관, 여인숙이 아닌 여관(女館),여인숙(女人宿)은 더 말할 것 없고 소위 하꼬방에서 비밀리에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경찰은 혹시 알고도 눈감아 주는 것은 아닌지? 도대체 단속을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그런데 막상 윤락가를 소탕하면 주택가로 침투해 들어오니 이 또한 큰 문제이다.

4
   길가에서 뒤돌아 서 있는 남자는 모두 생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특히 골목길에 있는 집들은 차차 집이 높아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항상 비료를 주니 집이 자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공원 이외에는 공중변소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위 화장실을 찾으려면 불가불 다방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즉 변을 보기 위해 최소한도 일금 50원이 있어야만 하니 너무도 비싼 세금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내는 셈이 된다. 도대체 공중변소가 없다는 것은 다방을 이용하거나 돈 없는 사람은 눈치껏 적당히 해결하라는 말밖에는 안 되지 않을까? 우선 파출소 옆이나 육교 밑, 지하도 안에라도 공중변소를 만들어 놓는다면 인간도처유변소(人間到處有便所)란 말은 안 듣게 될 것이 아닌가? 길에서 변을 보는 일은 그 자체가 야만적일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이니 공중변소가 있는 서울특별시를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5
   시장이나 역 부근에는 노상 음식점이 많다. 먼지 구덩이에서 국밥이나 떡국을 먹고 있는 백성들을 볼 때마다 저러고도 병에 걸리지 않을지 매우 염려가 된다. 요즈음 불량식품이 크게 문제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노상음식점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위생 이전이면서도 원시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땅바닥에 음식을 차려 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나 쓰레기 구덩이에서 맛있게 먹는 사람이나 같은 처지이겠지만 당국에서 좀 더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 극빈자를 위한 급식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겠다.

6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골목에 일단 쓰레기를 수레로 실어다 모아 놓고 다 모이면 나중에 자동차가 와서 그것을 실어가는 것을 나는 매일 보게 된다. 어째서 길거리에 쓰레기를 모아 놓아야 하며 그것도 무엇으로라도 덮어 놓지도 않으니 파리 떼가 들끓고 냄새가 코를 찌르고 먼지가 나는 속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이 불쌍하구나. 집집마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큰 쓰레기통을 집집마다 만들어 놓고 쓰레기를 넣은 다음에 반드시 뚜껑을 잘 닫아 두고 밤중에 청소차가 와서 실어 갈 수는 없는지? 도대체 아침이나 대낮에 쓰레기를 쳐간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쓰레기나 똥거름은 통금시간 후에 쳐 갔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길바닥에 모아 놓은 옆에 음식점이 있고 그 속에서 어린이들이 뛰놀고 자동차가 달리고 하니 참으로 요지경 속이다. 시장님은 '쓰레기 행정'부터 잘 할 줄 알아야 명시장님이란 칭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 나는 「몬도가네」란 영화를 흥미 있게 본 일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거리에서 눈에 뜨이는 것이 모두 [한국판 몬도가네]를 보는 느낌이다.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관광 사업도 좋지만 갖출 것을 갖춰 놓고, 치울 것을 치워 놓고 깨끗하게 아름답게 꾸며 놓은 다음에 외국 손님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들은 어느 부처의 소관인지….

 <중앙행정 197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