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눈치 작전

나  운  영

   대학 입시 계절이 돌아오니 입시 전쟁, 입시 지옥이란 말이 생각나다. 도대체 이런 살벌한 단어를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실감 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십오륙년 전만 하더라도 학관이니 학원은 재수생만 다니는 곳이었는데 요즈음은 고등학교 재학생이 재수생과 의좋게 다니는 곳으로 바뀌어 버려 학관, 학원마다 초만원의 성업을 이루고 있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
   즉 중.고등학교보다 더 잘 가르쳐 주는(?) 학원을 안 다니면 대학에 들어갈 수가 없는 모양이니 그렇다면 차라리 중 고등학교를 없애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째서 재학생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밤 늦게까지 학원가를 헤매 다녀야만 하도록 되었는가?
   그런데 이보다 더 기이한 일이 있으니 소위 '눈치 작전'이란다. 입학원서 마감 시간을 목전에 두고 가장 비율이 낮은 학교나 학과를 골라 지원하는 수법을 말하는 모양이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사랑하는 자녀의 적성에 맞건 말건 우선 붙여 놓고 보자는 것이니 더욱 한심하다.

   대학 진학의 목적이 무엇인가? 눈치 작전으로 아무 데나 들어가서 뺏지를 달고 다니는 것 - 그 자체가 목적이란 말인가? 외국의 경우에는 교수를 보고 대학을 선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간판만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고 , 또한 외국의 경우에는 명 교수를 따라 대학을 옮겨 다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향이란 보기조차 힘드니 이것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재수생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는 눈치작전을 펴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장래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끔찍한 과오를 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입시생들이여! 턱걸이라도 좋으니 제발 붙어만 다오! 왜냐하면 낙방에서 오는 좌절이란 그대들의 인생 항로에 있어서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겨 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1977.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