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즐겨 부를 우리 노래를

나  운  영

   나는 우연한 기회에 「YWCA 회가」의 악보를 보고 크게 놀란 일이 있다. 가사가 3절인데다가 곡조가 32소절이나 되니 이렇게 긴 노래를 어떻게 즐겨 부를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나도 제법 긴 노래를 두 번 작곡한 일이 있다. 첫 번째는 「마지막 드리는 노래」(이은상 작사)인데 이것은 5절에 해당되는 가사를 가지고 60소절의 곡을 지었고, 두 번째는 「밝은 사회의 노래」(박종화 작사)인데 이것도 5절에 해당되는 가사를 가지고 81소절의 곡을 지었다. 나는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합창에 독창(또는 제창)을 섞어서 작곡하느라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나 너무 길어서 실용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고생한 보람조차 느껴보지 못하고 말았다.
   나는 3년 전에 애국가는 4절 끝까지 모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즉 4절까지 불러야만 가사의 뜻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YWCA 회가」는 3절 가사로 된 32소절의 곡이니 이것을 끝까지 부르려면 96마디가 되니 사상 최대의 회가여서 부르기에 힘도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므로 아예 부르기 전에 짜증부터 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도대체 부르라고 만든 노래인지 듣기만 하라고 만든 노래인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회원 여러분 중에 이 회가를 완전히 외어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줄로 안다. 왜냐하면 작사자, 작곡가조차 못 욀 것이니까 말이다. 무릇 이런 노래는 실용적이어야 하고 또한 창립 기념 행사 때 뿐만 아니라 회원이 모일 때마다 즐겨 부르게 되어야만 의의가 있다. 노래에 관해서 또 하나 느껴지는 것이 있으니 Y에서 부르는 노래는 '서양 Pop Song Style의 노래 일변도'라는 점이다. 그야 OWCA
(old)가 아닌 만큼 템포가 빠르고 리듬의 변화가 많고 좀 발랄한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지만 너무도 서양 취미에 치우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주체성이 없어진다. 따라서 이를 지양하고 현대적 스타일에 의한 한국적인 노래를 많이 만들어서 보급 시키도록 방향 전환을 할 때가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Y가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외국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건전한 노래, 그러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노래의 생산 보급을 지향하는 Y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월간 YWCA 회보 1979.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