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나의 최상의 것을 하나님께 바치자

나  운  영

   모차르트는 즉흥적으로 작곡한 뒤에는 절대로 작품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하며 반대로 베토벤은 오랜 세월을 두고 구상하여 작곡한 뒤에도 항상 수정을 가했다고 한다. 일례를 들어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제2악장의 주제 <8소절>은 일곱차례나 수정해서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악성의 창작 태도를 평하여 전자는 천재요, 후자는 둔재로 규정 짓는다는 것은 속단이다. 오히려 베토벤이야 말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력의 천재라고 우리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수많은 곡을 작곡하면서 한번도 나의 작품에 대해서 만족해본 일이 없다. 그러므로 수시로 수정하는 버릇이 있으니 나의 「주기도」를 예로 든다면 두 곡 중 두 번째의 것은 1972년 작으로서 이미 발표된 것이나 첫 번째의 것은 1950년 10월 22일에 작곡한 다음 64년과 65년에 각각 한 차례씩, 75년에 세 차례, 금년에 한 차례 수정하여 8월 10일에 드디어 완성했다. 1950년 10월이면 6·25사변 중이니 폭격에 떨면서 숨어 살 때에 절박한 심정에서 작곡되었던 것인데 실로 29년에 걸쳐 여섯차례나 성형수술을 한 셈이다.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추고에 추고를 거듭함으로써 보다 예술적이고 보다 개성적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작품이란 작가가 숨을 거두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토스카니니는 한 곡을 늘 같은 해석으로 연주했고, 반대로 푸르트뱅글러는 한 곡을 연주할 때마다 해석이 바뀌었다고 한다. 일례를 들어 푸르트뱅글러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을 여덟차례나 음반 녹음을 했는데 모두가 다르니 그렇다고 해서 이 거장의 연주 태도를 평하여 전자는 완벽한 지휘자요, 후자는 미숙한 지휘자로 규정 짓는다는 것은 속단이다. 도리어 푸르트뱅글러야 말로 영원불멸의 지휘자라고 우리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음반 수집광이어서 희귀한 현대 음악 음반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몇몇 특정 곡에 한해서는 십 수종이 아닌 수십 종의 것을 모조리 수집하여 비교, 감상함으로써 연주법의 기준을 발견하였고 이에 서울 성남교회 성가대를 33년 동안 지휘해 오면서 얻은 귀중한 경험이 합쳐져서 비로서 『연주법 원론』의 체계를 세우게 되었는데 작곡자와 작품이 요구하는 올바른 연주가 참으로 힘든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통감하게 된다.

   우리는 짤막한 찬송가일지라도 습관대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연주해 버려서는 안 된다.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서 어제보다 나은 연주를 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감격과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연주를 해야만 그 연주가 하나님께 상달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교회 음악인은 베토벤이나 푸르트뱅글러의 양심을 본받아 '항상 나의 최상의 것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작곡이나 연주에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교 100주년은 다가오는데 교회음악의 토착화와 현대화는 요원하니 과연 무엇을 세계 만방에 자랑해야 할까?

 <계간 「교회음악」 1979년 가을호(통권 제 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