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나  운  영

   나는 소월의 시를 무척 좋아한다. 김안서나 주요한의 시보다 소박하고 민요풍이어서 그런지 혹은 이해하기 쉬워서인지 몰라도 그의 시에 곡을 붙여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가는 길」(1947년 작),「접동새」(1950년 작),「초혼」(1964년 작)등을 작곡했는데,「산」은 시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작곡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그로부터 10년후인 1969년에야 작곡을 하게 되었다.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 팔십리
      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10년 동안 항상 이 시를 읊고 다니다가 1969년 제 1회 서울음악제 위촉 작품으로 작곡되어 테너 박인수에 의해 초연된 이 곡에 대해 나는 무한한 애착을 느끼곤 한다.
   이 시는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이고,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따라서 서정적인 면과 극적인 면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어려운 문제였다.그래서 10년이나 구상하게 되었나 보다.
   「초혼」,「접동새」,「가는 길」,「진달래 꽃」등 소월의 시에 여러 사람들이 작곡한 것이 있는데 「산」도 나 외에 하대응, 김규항 등의 것이 눈에 띄나 나의 곡은 음역이 너무도 넓어서 낮은 B에서부터 높은 A까지 나오므로 마치 오페라 아리아를 방불케 한다.
   『한국가곡 전집』(성음사 출판)에서는 김진원이 불렀는데 그야 말로 밝은 가운데 한 가닥 애조가 깃든 음색으로서 이 곡과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다.

   '1950년의 「접동새」로 한국 현대가곡의 새 방향을 추구해 온 그의 작품의 특색은 한 마디로 해서 우리의 정신 내용을 토속적인 가락을 빌어 표현하면서도 여기에 현대의 작곡기법까지 도입하여 차원 높은 음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상은 김형주(한국가곡전집 편집 실무위원)의 해설의 일부이다.
   나의 그리 많지 않은 가곡 중에서 「접동새」 다음으로 애착을 갖는 곡이 바로 「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오랜 세월 잉태했다가 얻은 귀여운 선물이기 때문인가도 싶다.
   이 곡은 나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늘 박자표가 바뀌는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점이 노래 부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모양인데 만약에 박자를 바꾸지 않으면 도리어 변화가 없고 긴박감이 없어 무미한 느낌을 주게 된다. 즉 박자표가 바뀔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이해한다면 손쉽게 다룰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다.
   가곡이란 무엇보다도 시가 좋아야 한다. 정형시든, 자유시든 관계는 없다. 설사 정형시라 하더라도 나는 0작가요식으로 작곡할 때가 많다. 즉 어느 부분은 아리아(영창)식으로 작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곡을 작곡할 때에 먼저 시의 형식은 물론이고, 시의 분위기, 시의 리듬, 낱말의 엑센트(고저 및 장단)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분석을 한 다음에 이에 어울리도록 작곡하려고 힘쓴다. 따라서 소월의 시를 무조적으로 혹은 12음기법으로 처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즉 시의 스타일과 곡의 스타일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나는 소월을 서정시인이요, 민요시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산」에는 한이 맺혀 있다. 그 한을 나의 음악어법으로 표현했으니 유감은 없다.

 <월간 「기러기」 1983.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