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전통음악의 분석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  운  영

   우리 전통 음악을 보존해야 한다는 말을 참으로 오래 전부터 우리는 외쳐 왔었다. 그러나 정간보만으로는 실용성이 희박해서 국악 전문가 이외에는 마치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라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정간보가 국악인들에게는 가장 완벽한 악보로 느껴질지 모르나 소위 양악을 공부한 사람들의 머리에는 매우 불편하고, 불확실하여서 결국 불완전한 악보라는 첫인상이 박혀 있기 때문에 - 다소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까지도 - 정간보를 외면해 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종래의 국악은 악보보다도 구전에 의해서 가르침을 받아 왔지만 양악은 악보를 통해서 가르침을 받아 왔기 때문에 정간보 자체가 가장 큰 장벽이 되었던 사실을 누구나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959년 국악 진흥위원회 편찬 문교부 발행의 『민속악보』 제 1집과 제 2집이 오선보로 나온 이래 국립국악원 발행의 『한국음악 1~8집』을 비롯하여 수 많은 우리의 전통음악이 이미 출판되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오선보가 정간보에 비하면 매우 과학적인 악보이기는 하지만 오선보에 옮기는 과정에 있어서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어쨌든 이로써 전통음악을 보존한다는 뜻에서 볼 때 그야말로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음악을 악보만으로 보존하는 데에만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식회사 성음에서 『한국 전통 불교 범패 의식』이 나왔고, 최근에는 한국 문화재 보호협회 편 『한국 전통음악 대 전집』(전 50매)가 나왔으나 예를 들어 『영산회상 전곡』
또는 『만년 장환지곡 전곡』과 같이 발췌하지 않은 전곡의 음반이 나와야만 올바르게 보존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악보(정간보 및 오선보)와 음반(카세트 포함)을 통해서 전통음악을 보존한다는 것 자체도 매우 의의있는 일이라 하겠으나 이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즉 보존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느냐가 더 큰 문제임을 우리는 깨달아야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전통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일까?

   전통 음악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옛 조상의 음악을 되풀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해방 후 신국악 창작의 첫 시도인 김기수 작곡 「송광복(頌光復」을 비롯하여 김용진, 이강덕, 이성천, 이해식 등등 많은 국악 작곡가가 배출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창작활동에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전통음악의 분석연구라고 생각된다. 즉 전통음악은 악보를 통해서 분석해야 한다는 말이다. 화성 분석, 형식 분석을 철저히 함으로써 우리 전통음악의 화성법, 대위법, 악식론, 관현악법, 작곡법의 이론적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론적 배경 없이 국악을 작곡한다거나 혹은 양악 이론을 도입시켜서 국악을 작곡한다면 국악 아닌 국악, 또는 얼치기 국악곡이 되어 버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음악이라고 해서 한국 전통음악의 이론만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즉 양악의 현대음악 기법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요즈음 신국악 작품에 있어서 가끔 순전한 3화음을 듣게 될 때 그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데에 고소를 금할 길 없다. 물론 3화음을 절대로 써서는 안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3화음을 어떻게 어울리게 쓰느냐가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이론적 확신 없이 3화음을 경솔하게 쓰다가는 차라리 화음을 안 붙인 것만도 못한 것이 되어 버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소위 한(韓),양(洋)합주와 같은 것으로 전락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악 창작 운동에 앞서 전통음악 분석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점을 특히 나는 강조하는 바이다.
   우리는 전통음악의 분석을 통해서 'WHAT' - 'WHY' - 'HOW'를 연구해야겠다. 즉 첫째로 이것은 무슨 화음(또는 형식)이냐를 캐야 하고, 둘째로 그런 화음(또는 형식)을 어떻게 사용했느냐를 캐야 하며, 셋째로 그런 화음(또는 형식)을 왜 사용해야 하느냐를 캐야만 올바른 연주는 물론 올바른 작곡, 올바른 감상,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전통음악의 보존이 어느 정도로 해결된 이 마당에 성급한 창작 활동에 앞서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악보를 통한 분석연구라는 점을 다시 역설하는 바이다.

 <월간 음악세계 1981.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