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특권의식

나  운  영


   옛날 외국 어느 나라에서인가 음악회가 이미 시작된 얼마 후에 어떤 신사 두 사람이 음악회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문을 지키던 안내양이 못들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그 때 그 중의 한 사람이 화를 내면서 하는 말이 "너는 이 어른을 알아보지도 못하느냐? 이 분은 우리나라 대통령이시다. 당장 문을 열어라." 그러자 안내양은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연주 중에는 누구라도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말을 듣던 대통령은 도리어 그 안내양을 칭찬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일단의 연주가 끝난 뒤에야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어떤 규칙을 지키는 데 있어서 예외란 있을 수 없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라는 인권옹호 표어 대로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데있어서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하며, 좌석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반드시 줄을 서야 하며, 길을 건널 때는 육교나 횡단보도를 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무슨 무슨 주간이 많아서 그 때마다 플래카드가 거리에 나부끼게 마련인데 이왕이면 주간보다는 월간, 월간보다는 연간이라고 써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 단속 기간이 끝나기만 하면 다시 규율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규율을 지키는 것은 단속하는 순경 때문이 아니다. 즉 순경을 위해서 지켜 주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우리는 솔선수범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몇 해 전 나는 복잡한 광화문 지하도를 걸어가려는데 세상이 다 잘 아는 유명인사가 유유히도 우측통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때 그 분은 무슨 깊은 상념에 빠져 무의식적인 거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제 3자가 봤을 때는 매우 민망했다. 솔선수범을 해야 마땅할 분이 저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길에서 마구 가래침을 뱉는 것은 역시 운전기사만의 특권인가? 새치기를 하는 것은 노인들만의 특권인가? 육교를 두고 그 밑으로 걸어 가는 것은 청춘남녀만의 특권인가---.
   법을 지키는 데 있어서 예외란 있을 수 없다. 어째서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언제나 남에게는 가혹하고 자기에게는 관대하다. 자기는 질서를 안 지키면서 남을 비난하는 버릇부터 고쳐야겠다.

 <1982.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