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QUO VADIS
 - 아무도 미래를 점칠 수는 없다 -

나  운  영

   현대음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 변질 또는 진화, 퇴화될 것인가에 대해 자신있게 예언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음악은 계속 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음악
     표현주의 음악
     신고전주의 음악
     미분음 음악
     12음 음악 - 음렬 음악
     우연성 음악 - 불확정성 음악 - 행동 음악
     구체 음악 - 전자 음악 - 컴퓨터 음악
   등등을 거쳐 요즈음에는 미니멀 뮤직(Minimal Music)이 유행되고 있는데 어찌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음악의 발달 과정을 더듬어 볼 때 원시적인 음악은 리듬만의 음악이었다. 그 뒤에 - 화성이 없는 - 리듬+멜로디만의 음악을 거쳐 오늘날에는 이에 음색과 형식까지 추가되어 드디어 음악을 5요소로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음악은 뭐니뭐니해도 음색을 가장 중요시하는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구체음악, 전자음악, 컴퓨터 음악은 음색혁명을 의미한다.
   그러면 미니멀 뮤직은 무엇일까? 이것은 1960년 후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실험음악의 새로운 경향인데 본래는 '미소(微小)의 음악'이란 뜻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소재나 작곡상의 방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그 미묘한 변화와 밀접에 의한 효과를 강조하는 음악 - 다시 말해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서 그 구성법의 변화나 위상의 밀접에 의해 효과를 내는 음악을 말하기 때문에 '반복 음악(Repetitive and Sustematic Music)'으로도 불리어진다.
   이 음악의 창시자는 테리 라일리(Terry Riley, 1935~)이며, 이에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1936~), 필립 글라스(Philip Glass, 1937~)가 가담되어 소위 삼총사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선풍을 모으고 있다.
   이로써 현대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선이 차차 애매해지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최면음악'이라고 말해도 좋을 줄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미니멀 뮤직은 19세기적 낭만주의의 풍부한 표현성이나 20세기의 무조주의의 두뇌적인 경질성을 거부하는 음악인데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미 실험단계를 거치고 하나의 성숙의 시대를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테리 라일리의 출세작 「in C」를 들어보면 마치 인도네시아의 가믈란(Gamelan)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는 53개의 악구(phrase)를 11명의 연주자가 각자 자유롭게 반복하면서 다음다음 번호순으로 연주하는데 전 곡의 연주시간은 약 45분이지만 7시간까지도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대음악의 전부는 결코 아니다. 모든 음악이 그 극에 달하면 권태를 느끼게 되고 반발을 일으키기 마련이니 미래음악은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아무도 정확하게 점을 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니멀 뮤직은 첫째로 두드러진 변화가 없고, 둘째로 너무 길고, 셋째로 원시적이고, 넷째로 음악 이전이요 기법 이전에 속하고, 다섯째로 내용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존 케이지(John Cage, 1912~)로 시작된 소위 전위(前衛)음악이 그야말로 전위(全僞)음악이란 비난 또는 야유를 아직도 받고 있는 이 때에 과연 미니멀 뮤직이 그 전철을 또 밟게 될런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일시적으로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는 음악, 관능적인 음악보다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음악 - 즉 우리의 영에 호소하는 음악 - 그야말로 불로장생하는 만년장탄지곡인 종교음악이 미래음악을 장식하게 되기를 나는 기대한다.

 <월간 객석 1984.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