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 미출판

방송가요 정화를 위한 노트
1967년 발표

나  운  영

    TV와 라디오로 방송되는 대중가요의 질을 높이기 위해 모인 것이 방송가요심의회이다. 이 모임이 2년 전에 발족된 후로 심의위원들은 매월 한번씩 모여 심의회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서 논의되는 것은 첫째로 왜색가요(倭色歌謠)이다. 즉 작곡이나 편곡·창법·무드 등에 있어서 왜색을 지적한다. 둘째로 저속가요(低俗歌謠)이다. 즉 가사나 창법·곡조 등에 있어서 저속·퇴폐적인 것을 지적한다. 셋째로 다른 사람의 곡의 표절 또는 도용 사실의 유무이다.  즉 외국곡이나 우리곡을 부분적으로라도 표절했거나 또는 곡 전체를 도용한 것을 지적한다.

  그러면 먼저 왜색가요에 대해 논해 보기로 하자. 1956년 3월에 왜색가요 배격 계몽강연회가 문교부와 국민개창운동추진회의 공동주최로 당시의 시공관에서 열렸을 때 나는 강연을 통해 우리 나라의 대중가요 중 7할이 일본 고유의 음계인 미야꼬부시(都節)로 된 것이라는 사실을 토로한 일이 있다. 그후로부터 왜색가요가 논의되면 의례히 「미야꼬부시」란 말이 등장하게 된다. 이제 좀 이론적으로 이에 대해 논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로 한국음계와 일본음계에 대해 설명하면 한국음계에는 평조(平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는데, 평조는 「솔·라·도·레·미·솔」로 되어 있고, 계면조는 「라·도·레·미·솔·라」로 되어 있다. 한편 일본음계에는 이나까부시(全舍節)와 미야꼬부시(都節)가 있는데, 이나까부시는 「솔·라·도·레·파·솔」(상행형), 「미·레·도·라·솔·미」(하행형)로 된 것이고 미야꼬부시는 「미·파·라·시·레·미」(상행형), 「미·도·시·라·파·미」(하행형)으로 된 것이다. 즉 일본음계는 상행형과 하행형이 각각 한음씩 달라지나 일반적으로는 하행형이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이나까부시는 「솔·라·도·레·미·솔」, 미야꼬부시는 「미·파·라·시·도·미」가 주로 사용되는 셈이다.
  둘째로 한국음계와 일본음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평조와 일본의 이나까부시(하행형)는 음 자체에 있어서는 꼭 같다. 그러므로 음계를 구성하는 5음 만으로는 한국 색채와 일본 색채를 분간할 수는 없다. 한편 한국의 평조에 있어서 둘째음(라)과 다섯째음(미)을 반음 내리면 일본의 미야꼬부시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 즉 일본의 미야꼬부시는 한국의 평조를 단조화(短調化)한 것으로서 한국음계와는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 일본 고유의 민족음계인 것이다. 따라서 이 음계를 사용하면 어느나라 사람이 작곡하더라도 모두 일본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이제 미야꼬부시를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닐리리야」와「사꾸라」(일본의 대표적인 민요)를 비교해보면 된다. 즉 「닐리리야」(라라라솔 라도라솔 미미미 미레도 레미레도라솔 도레도 솔도레미 레도솔라솔) 에 있어서 「라」와 「미」를 반음 내리면 미야꼬부시가 되어 버린다. (파파파미 파라파미 도도도 도시라 시도시라파미 라시라 미라시도 시라미파미)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외국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그러므로 이 외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 우리 멋과 맛이 풍기는 건전한 노래를 만들려면 제1단계로 미야꼬부시를 추방해야 하고, 제2단계로 재즈조(調)를 추방해야 하고, 제3단계로 이나까부시를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나까부시는 평조와 흡사하기 때문에 음계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고 다만 리듬․선율법․무드 등으로 구별 지을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퇴폐 내지 염세적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3차적으로 다루자는 것이다.
  이상으로 작곡이나 편곡에 있어서 어떤 것이 왜색이냐를 분간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창법 즉 발성법이나 장식음을 붙여서 노래하는 법 등에 있어서 또는 무드 등에 있어서도 왜색을 찾아내는 것은 극히 쉬운 일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저속가요에 대해 자세히 논해 보기로 하자. 대중가요의 저속성은 곡조나 창법 보다 가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가사 또는 퇴폐적인 내용의 가사, 염세적인 내용의 가사, 너무도 에로틱한 가사 등등은 단호하게 금지 시켜야 한다. 이밖에도 섹시한 발성 또는 발음도 삼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표절가요에 대해 논해 보기로 하자. 고의든 우연이든 간에 다른 곡과 첫 번 모티브(動機)나 첫 번 프레이즈(樂句)가 같아도 이것은 표절의 혐의를 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어늘 그 이상 길게 같은 부분이 나온다면 부분적인 표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다. 이밖에 곡 전체가 같은 것은 표절이 아니라 도용이다.
  방송가요심의회에서 그동안 심의에 심의를 거듭한 결과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왜색가요, 저속가요, 표절가요 등등이 너무나도 많은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일반대중이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가요는 방송되지 말아야 하며, 듣지도 말아야 하며, 부르지도 말아야 하며, 또한 만들지도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끝으로 방송윤리지(放送倫理誌) (1966년 2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방송은 공익성을 띄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방송은 과연 공익성을 띄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방송은 음악(音樂) 아닌 음악(淫樂)을, 오락(娛樂) 아닌 오락(誤落)을 제공하지나 않았을까?  (중략)  각 방송국이 솔선해서 명랑하고 건전한 대중가요를 제정하고 성의껏 보급시킨다면 퇴폐적이고 저속한 대중가요는 자연도태 되고야말 것이다.  (중략)  방송은 주체성을 띠워야 한다.  (중략)  우리나라 방송은 어디까지나 국악을 비롯해 우리나라 사람이 작곡하고 연주한 것을 주로 방송하고 특정한 시간에만 우리가 연주한 외국음악이나 외국사람이 연주한 외국음악의 레코드를 방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선 왜색이 짙은 <흘러간 옛노래>의 프로를 없애라. 쓰라린 일제시대를 그리워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가사 만이 다를 뿐 멜로디·리듬·편곡·무드·창법 마저 일본 것을 모방한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방송하지 말라. 라틴·아메리카 음악이나 비틀즈 음악의 양을 대폭적으로 줄이라. 그리고 민족정서가 짙을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대중가요를 방송하라. 저속한 대중가요 일변도, 외국음악 일변도를 지양하지 않는 한 방송의 공익성과 주체성은 찾을 길이 없다.

<1967. 4.27 제3회 방송윤리 세미나 주제발표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