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 미출판

마음을 비운다

나  운  영

   금년 들어 심심치 않게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가운데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해석이 꼭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첫째로 진공상태란 복잡한 생각을 말끔히 털어버린다는 뜻인데 과연 진공상태는 지속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불가능하다. 즉 진공상태는 무엇인가로 대신 채워져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그 진공상태를 무엇으로 대신 채우느냐가 문제이다. 즉 이 진공상태를 사악한 것으로 채우는 경우에는 차라리 마음을 비우지 않는 것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나쁜 생각을 버리고 좋은 것으로 바꿔 채워야만 의의가 있다.
   일례를 들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영감」이 언제 떠오르냐가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런데 이 영감이란 사심(邪心)이 있으면 잘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즉 돈이나 명예 등 사적인 욕심이나, 강제에 의해 작품을 서두를 때에는 영감이 도망쳐 버린다는 것을 나는 종종 경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심이 없어야만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영감은 쓰는 동안에 떠오른다」는 명언을 남긴 사람은 플로베르였다. 즉 전혀 노력하지도 않고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시간과 세월만 허비하는, 어리석고 게으른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고보면 「마음을 비운다」는 말은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학자, 사업가, 학생 등 누구를 막론하고 반드시 간직해야 할 올바른 기본자세인 것이다.
   끝으로 이 말은 비우라고 말하는 자에게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진실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통감하면서 우리 모두 마음을 비우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야겠다.


<1987. 11월호 태평양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