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 미출판

내 영감의 소산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나  운  영

   아마 가곡「달밤」,「가려나」를 모르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혹은 동요「금강산」.「흥부놀부」를 모르는 어린이도 없을 것이다. 특히 6 ·25사변을 겪은 백성 중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으로 시작되는 「통일행진곡」을 모르는 분도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성악곡은 많이 쓰지 않았지만 가곡「접동새」와 동요「흥부놀부」는 나의 대표작이라고 말해도 좋을 줄로 생각된다.
   한편 성가곡중에서 「주께 드리네」.「아흔 아홉양」은 6 · 25사변 전에 작곡한 것이고 부산 피난시절에 「피난처 있으니」.「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이 작곡되었다. 특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는 53년 5월에 불과 3분만에 반주곡까지 완성했으니 하느님이 나를 도구로 쓰신 것이라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이 곡이 부산에서 처음 연주되었을 때 연주자나 회중이나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후 나는 대구시내에 있는 수녀원에서 음악강습회의 강사로 초청을 받아 3 ·4일간인가 머물렀었는데 그곳에서도 이 노래가 열심히 불리워졌던 것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역시 대구에서 전원성가단 정기공연때 이 곡이 공개적으로 불리워져서 대호평을 받았으니 결국 이 노래는 대구에서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부른 역사적인 곡이다.
   『새전례 가톨릭성가집』을 보면 53장이 「주께 드리네」요, 102장이「야훼는 나의 목자」(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이고, 『가톨릭성가』에서 214장이 「주께 드리네」인데 여기서 나는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않을 수 없다.
  「교회음악인에는 천주교인과 개신교인의 구별이 있어도 교회음악에는 천주교음악과 개신교음악의 구별이 없다」.  다시 말해서 천주교인인 모짜르트 . 베토벤의 성가를 개신교에서 부르고, 개신교인인 바하 ·헨델의 성가를 천주교에서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교회음악을 통한 교회일치운동에 누구보다도 앞장선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내가 작곡한 성가중에는 최민순 신부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가사가 많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사곡도 두 편이나 작곡해서 발표한 일이 있다. 어느듯 제113회를 맞이하게 되는나의 「신작성가 월례 발표회」에는 신부님 ·목사님 수녀님을 비롯하여 외국 선교사들도 즐겨 참여하니 음악을 통한 교회일치운동이 여기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는 영·독·중·일·라틴어로 가사가 번역되어 세계 도처에서 불려지고 있는데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가사(시편 23편)가 좋기 때문이요, 마음을 비우고 작곡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일단 작곡한 곡을-마음에 들 때까지-늘 뜯어 고치는 버릇이 있는데 이미 36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 곡만은 하나도 고친일이 없으니 그야말로 영감의 소산이 아니고 무엇이랴‥‥‥‥
   일본찬송가는 제1·2·3편이 합본으로 되어 출판되는데 이 중 제3편은 천주교인과 개신교인이 함께 부르는 찬송으로 50곡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일본은 교회일치운동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발 앞섰다는 것을 나는 부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천주교에서 부르는 성가 중에서 50곡 이상이 개신교에서도 부르는 꼭 같은 가사와 곡이니 우선 이것만이라도 가사를 통일시키는 작업이 속히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공동번역 성서처럼.


<1989. 6월호 월간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