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품 Works

  작곡가 나운영이 일평생 일관되게 주창해 온 주제는 '한국음악의 선 토착화, 후 현대화'(先土着化 後現代化)였다.
즉 민족적인 요소에 현대적인 음악 기법을 결합시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국의 음악, 한국적인 음악을 작곡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운영의 창작 시기는 크게 세 시대로 나누어질 수 있다.

창작 제1기: 1942년-1957년

  음악학교 졸업작품인 「현악4중주곡'을 작곡했을 때부터 가곡 「달밤」, 「강 건너 간 노래」, 「접동새」 등과 성가독창곡집 『다윗의 노래』를 작곡했던 때까지로 한국적인 것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는 '선 토착화 후 현대화'를 앞세운 '민족음악 창작 시기'로, 그는 해방과 6.25사변 그리고 이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기에 민족문화연구회를 창립하고 민족음악론을 펼쳤다.
  그는 서양음악의 맹목적인 수용이 신생 조국을 서양의 문화 종속국으로 전락시킬 것을 염려하여 민족음악의 전통 위에서 창작음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하며 서양음악의 본격적인 토착화를 시도하였고, 전통음악과 서양 현대음악의 만남도 이 시기에 꾀하였다.

창작 제2기: 1955년-1979년

  이 시기는 「12음 기법에 의한 피아노 3중주곡」,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산조」를 작곡했을 때부터 13편의 교향곡과 6편의 협주곡, 2편의 칸타타 등을 작곡했던 때까지이며, 한국적인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표출하기 위해 몸부림쳐 온 시기이다.
  나운영은 12음기법을 필두로, 서양의 새로운 작곡 경향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의욕을 갖고 고군분투했지만 이 시기에도 현대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인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아니 민족음악이 우선되는 작곡 경향을 보인다. 이 생각은 바로 '선토착화 후현대화'라는 구호로 귀결되고 있다.

창작 제3기: 1980년-1993년

  이 시기는 본격적인 '한국찬송가 창작 시기'로, 나운영은 이 시기에 주로 찬송가 작곡에 몰두하여 무려 1,000 곡이 넘는 찬송가를 작곡했다.
  나운영은 자신의 평생 지론인 '선토착화 후현대화'를 실천할 수 있는 한국화성론을 '현대화성론'을 집필하면서 제시하였고, 이것을 실제 작품으로 보여 준 것이 바로 한국찬송가이다.
  나운영의 찬송가에는 구체적으로 세마치, 타령, 굿거리, 도드리 등의 장단이 지시되어 있고, 6/8, 9/8, 12/8가 많고, 4/4와 3/4박자 곡에서는 부점과 3연분음표의 리듬이 지배적이다. 멜로디는 5음음계가 많고 국악에서 사용되는 창법 등이 다양하게 구사된다.
  나운영의 한국화성은 5도, 4도가 중점적으로 사용되고, 이 둘이 쌍을 이루어 진행하기 때문에 그림자가 있는 두 개의 선율이 동시에 울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양 화성학에서 꼭 들어가야 할 3음이 나운영의 찬송가에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핵심적인 5도와 4도의 음정은 계속적으로 병행한다. 즉 소프라노와 알토가 4도음정으로, 테너와 베이스는 5도음정으로 병행하는 것이 이 한국화성의 기본적 움직임이다.
  나운영은 소천하기 전까지 한국찬송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구체화하는데 매진하였다.

(홍정수의 글 중에서 일부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관현악곡→ 오페라,칸타타→ 실내악,독주곡→ 가곡→
성가곡→ 한국찬송가→ 동요→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