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감상 해설 HLKY _09 (1955년 3월19일)

     이 글은 나운영이 기독교방송에서 12회에 걸쳐 국악감상해설을 한 원고입니다.
아쉽게도 12번째 원고는 찾을 수가 없었고, 1955년도에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 작성한 글이라 현재에 맞게 일부 수정했음을 밝혀둡니다. 아울러 이 국악감상 해설에 사용된 음원은 찾을 수가 없었고, 더 더욱이 실제 스튜디오에서 직접 생방송으로 연주한 음원은 확인할 수 없어 다른 음원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오늘은 국악감상 아홉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 목요일에는 판소리나 산조, 시나위 등에 나오는 남도 장단 중에서 휘모리. 자진모리, 세산조시를 들으셨습니다.

    오늘은 (국립국악원에 계신 강장원 씨를 모시고) 남도 장단 전부 즉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세산조시 장단의 판소리를 각각 한 곡씩 들어보시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에 국립국악원에 계신 김윤덕 씨께서 북을 쳐 주시겠습니다.)

    첫째로 6박의 진양조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수궁가 중에서 용왕이 괴이한 병을 얻어 남해궁에 누어 탄식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수궁가 중  「용왕 탄식」

        '탑상을 탕탕 두드리며 천무열풍 좋은 시절 해불양파 태평한데 용와의 기구로되 괴이한 병을 얻어 남해궁에 누었으니 어느 누가 날 살릴고, 의약만세 신농씨와 화타 편작 이런 수단 만났으면 나를 구하련마는 이제는 할 일 없으니 어는 누가 날 살리느냐.'

    둘째로 12박의 중모리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토끼가 용왕에게 궤변을 늘어놓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수궁가 중  「토끼의 기변」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태산이 붕퇴 허여 오성이 음훙하여 시일갈상 노래소리 탐학헌 상주임군 성현의 뱃속에 칠궁기가 있다기로 비간의 배를 갈라 무고히 죽였으되 일곱궁기 없었으니 소퇴도 배를 갈라 간이 들었으 면 좋으려니와 만일 간이 없고 보면은 불쌍한 퇴명만 죽사오니 뉠다려 간을 달라 허며 어찌다시 구하리까 당장의 배를 따 보옵소서.

    셋째로 12박의 중중모리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토끼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수궁가 중  「토끼 화상」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가진 화공이 다 모여서 토끼 화상을 그릴 적에 동정유리 청홍연 금수추파 거북 연적 오징어로 먹을 갈아 양두화필 담북 풀어 백릉설화 간지상에 이리 저리 그릴 적에 천하면산 승지간에 경개보든 눈 그리고, 앵무공작 짖어 울 제 소리 듣던 귀 그리고, 방장 봉래 운무중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난초지초 온갖 화초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에 펄펄 뛰던 발 그리고, 대한엄동 설한풍에 벙퓽하던 털 그리고, 만경창파 지수중에 둥실 떳다 배 그리고, 신농씨 상백초의 이슬 털던 꼬리 그려 좌편은 청산, 우편은 녹수, 녹수청산 깊은 곳 계수나무 그늘 속에 앙금조츰 펄펄 뛰어 두 귀는 쫑긋, 두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짤록, 꽁지는 몽툭, 앞발은 짧고 뒷발은 길어 깡충깡충 뛰어가는 모양 설설 그려 내뜨리니 아미산월반륜토인들 이에서 더할소냐. 아나 엿다 별주부야 네가 가지고 나가거라.'

    넷째로 10박의 엇모리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선의도사가 문진하러 내려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수궁가 중  「선의도사 내려오는 대목」

        뜻밖에 현운홍무가 궁전을 뒤덮고 폭풍세우가 사면으로 두르더니 선의도사가 학창의 펼쳐입고 공중에서 내려와 재배이진왈 약수 삼천리의 해당화 구경하고 백운 요지연에 천년백도를 얻으려고 가옵다가 과행 풍편에 듣자오니 대왕의 병세가 만만 위중타기로 뵈옵고저 왔나이다.

    다섯째로 6박의 엇중모리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상좌다툼을 하던 까마귀가 부엉이를 꾸짖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수궁가 중  「까마귀 상좌다툼」

        “내 근본 들어라 니 내 근본을 들어봐라. 내 주둥이 길기는 월앙 구천이 방불하고 이 몸이 검기는 산음땅 지내다가 왕휘지 벼루 물에 풍덩 빠져 먹물 들어 이 몸이 검어있고 은하수 생긴 후에 그 물에 다리를 놓아 견우직녀 건너주고 오는 길에 적벽강 선유할 제 남을 향해 훨훨 날아 삼국흥망 예언하고 천하에 반포은은 내 홀로 행했으니 비금중 효자도 나 뿐인가 자랑노라.”

    여섯째로 12박의 자진모리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토끼가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수궁가 중  「일개 한토」

        일개 한토 그대 신세 삼춘구추를 다 보내고 대한엄동 설한풍에 만학에 눈 쌓이고 천봉에 바람이 불제 앵무 원앙이 끊어져 화초목실 없어질 제 어둑한 바위 밑에 고픈 배 틀어 잡고 발바닥만 활짝활짝 퍼진듯이 앉은거동 초회왕의 원혼이요 일월고초 북해상에 소중랑의 원혼이요. 거의 주려 죽을토끼 삼동고생을 다지내고 벽도홍행 춘 이월에 주린 구복을 채우랴고 심산 구곡을 찾고찾어 이리저리 다니다 골골이 묻힌거목 봉봉이 섰는 게 매받은 응주로다. 목다래 채거들랑 결항치사가 대랑대랑 제수 고기가 될것이요, 청천에 떳는 건 토끼 대구리 덮치려고 우구리고 드는 것은 매 받은 응주로다, 모리꾼 사냥개 음산골로 기여올라 퍼긋퍼긋 뛰어 갈 제 토끼 놀래 호도득 호도득 추월자 네 보아라 해동청 보라매 짖두루미 빼죽새 공작이 망월 도리당사 저 꼬리 방울 떨쳐 쭉지 끼고 수루루루루루 그대귓전 양발로 덩그렇게 집어다가 꼬부랑한 주둥이로 양미간 골치 대목을 꽝꽝꽝. 어허 그 분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점점 더하는구만 그러면 뉘가 게 있간디요 산중으로 돌제 중동으로 돌며 송학의 숨은 포수 오는 토끼 놓을랴고 불대리는 도포수 풀감투 푸삼을 입고 상사바물에 왜물조총 화약 덥사실을 얼른넣어 반달같은 방아쇠 고추같은 불을얹어 한눈 찌그리고 반만 일어서서 가는 토끼 찡그려 보고 꾸루루루꽝, 어허 그 분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점점 더하는디 그러면 뉘가 게 있간디요 훤한 들로 내리지 들로 내리면 초동 목수 아이들이 몽댕이 들어메고 워리두둑 쫓는양 선술먹은 초군이요. 그대 간장 생각하며 백등칠일 곤궁 한태조 간장 적벽강상 하진중 조맹덕의 정신이라. 거의주려 죽을토끼 층암절벽 석간 틈으로 기운 없이 올라갈제 짜른 꽁지 샅에 끼고 이리 깡짱 저리 깡짱 깡짱접동 뛰 놀제 목궁기 쓴 내나고 밑궁기 조총노니 그 아니 팔란인가. 팔란세상 나는 싫어 조생모사 자네신세 한가하다고 뉘 있으며 무슨 정으로 유산.무슨 정으로 완월. 아까 안기생 적송자 종아리 때렸다는 그런 거짓부렁이를 뉘 앞에 서 내였습나.

    일곱째로 12박의 휘모리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자라가 호랑이를 물리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수궁가 중  「호랑이 물리치는 대목」

        우리 수국 퇴락허여 천여간 기와집을 내 솜씨로 올리다가 목으로 절컥 떨어져서 이 모양이 되었는데 명의더러 물어 본즉 호랑이 쓸개가 좋다허기로 도랑이 귀신 잡어 타고 호랑이 사냥을 나왔거늘 니가 일찍 호랑이냐 쓸개 한 번 못주겄나 도리랑 귀신 게 있는냐? 비수검 드는 칼로 저 호랑이 배 갈라라 앞으로 바짝 기어들어 도리랑앙 도리랑앙 도리랑앙 도리랑앙 도리랑앙 허고 달려드니

    여덟째로 8박의 세산조시 장단으로 연주되는 곡으로는 수궁에 들어간 토끼를 군졸들을 풀어서 잡아들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자진모리)

    수궁가 중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

         좌우 나졸 금군 모조리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에워쌀제 진시황의 장성 싸듯, 산양 싸움에 마초 싸듯, 첩첩이 둘러싸며 영문출사 도적 잡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니가 이놈 토끼냐" 토끼가 기가 막혀 벌렁 벌렁 떨며 "아이고 나 토끼 아니요" "그러면 니가 무엇이냐?" "내가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 다름에 너를 잡아 약개장도 좋거니와 너 간을 내여 오계탕 다려 먹고 너 껍질 벗겨내 잘잘 모아서 깔개 되면 어혈 혈담에는 만병회춘의 명약이라. 이 강아지 몰아가자." "아이고 내가 개도 아니요" "그러면 니가 무엇이냐?" "내가 송아지요." "소 같으면 더욱 좋다 도탄에 너를 잡어 두피족 살찐 다리 양회간 천엽 콩팥 후박없이 노나 먹고 니 뿔 빼어 활도 매고 너 가죽은 벗겨내어 신도 짓고 북도 매고 똥오줌은 거름을 허니 버릴 것 없는지라. 이 송아지 몰아가자." '토끼가 생각을 허니 날도 뛰도 못허고 꼼짝 달싹없이 죽게가 되었구나.' "내가 소도 아니요”"그러면 니가 무엇이냐?" "내가 망아지요" "말 같으면 더욱 좋다 선간목 후간족이라. 요단항장 천리마로 연왕도 오백금으로 죽을 뼈 사셨으니 너를 산 채 몰아다가 대왕전에 바쳤으면 천금상을 아니주랴." 토끼를 결박하야 빨간 주장대로 꾹꾹 찔러 들어메니 토끼가 하릴없이 대랑대랑 매달려 "아이고 이놈 별주부야." "와야?" "나 탄게 이거 무엇이냐?" "오 그 우리 수국 남여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고 이 급살을 맞을 년의 남여를 두 번만 타거드면 옹두리 뼈도 안남겠다." 토끼를 결박하여 영덕전 넓은 뜰에 동댕이쳐 예 토끼 잡아들였소.

    이상으로 여덟가지 남도 장단을 기악과 판소리로 들으셨습니다.
다음 화요일에는 시조와 가사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시간이 조금 남았으므로 여기서 여덟가지 장단을 북으로 쳐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서는 강장원 씨와 김윤덕 씨의 연주로)
창극 수궁가를 들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