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감상 해설 HLKY _10 (1955년 3월22일)

     이 글은 나운영이 기독교방송에서 12회에 걸쳐 국악감상해설을 한 원고입니다.
아쉽게도 12번째 원고는 찾을 수가 없었고, 1955년도에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 작성한 글이라 현재에 맞게 일부 수정했음을 밝혀둡니다. 아울러 이 국악감상 해설에 사용된 음원은 찾을 수가 없었고, 더 더욱이 실제 스튜디오에서 직접 생방송으로 연주한 음원은 확인할 수 없어 다른 음원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오늘은 국악감상 열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 토요일에 여러분께서는 창극으로 수궁가를 장단별로 들으셨습니다.
남도 장단의 해설은 이 정도로 끝내고 오늘은 시조(時調)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국악에 있어서 성악곡을 노래와 소리로 구별하게 되는데,
노래란 가곡, 가사, 시조를 말하고,
소리란 창극, 잡가, 민요, 신민요 등을 말합니다.

    이 노래에 속하는 –시조에는 여섯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로 평시조, 둘째로 중어리시조, 셋째로 지름시조, 넷째로 사설지름시조, 다섯째로 여창지름시조, 여섯째로 수잡가 등입니다.
이 여섯가지 중에서 평시조, 중어리시조, 지름시조, 여창지름시조는 장단 치는 법이 같고,
사설지름시조, 수잡가는 가사에 따라 다소 다릅니다.

    시조 시의 기본형식은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는 대로 초장 15자, 중장 15자, 종장 15자로 되어 있는데,
종장에 있어서 마지막 3자는 창(唱)에 있어서는 생략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제 충무공의 한산가를 예로 들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까지가 초장이고.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까지가 중장이고,
<어디서 일성 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까지가 종장인데,
이 <끊나니>의 석 자는 노래 부르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시조창 즉 시조곡의 기본형식은
초장이 5박-8박-8박-5박-8박이고
중장이 5박-8박-8박-5박-8박이며
종장은 5박-8박-5박-8박입니다.
그러므로 초장과 중장이 각각 5/4, 8/4, 8/4, 5/4, 8/4 즉 5소절이고,
종장이 5/4, 8/4, 5/4, 8/4 즉 4소절이므로 결국 전부 합해서 14소절이 됩니다.

    이제 시조 장단을 소개하면
5박은 '덩 - 쉬고 - 더러러러 - 쿵 - 덕' 이고
                 
8박은 '덩 - 쉬고 - 더러러러 - 쿵 - 덕 - 쿵 - 더덕 - 쿵' 입니다.
                       

    시조는 지방에 따라 부르는 법이 다릅니다.
즉 시조 창법에는 충청도를 중심으로 불리워지는 전라도식의 완제(完制)와
경상도식의 영제(嶺制)와
경기도 식의 경제(京制)의 세가지 종류가 있습니다만 먼저(이제부터 국립국악원에 계신 이창배 씨의 노래와 김성진 씨의 대금으로)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를 들으시겠습니다.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면 도라오기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시조에는 명창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가곡이나 가사가 전문가의 노래인데 비하여 시조는 누구나 다 부를 수 있는 노래인 까닭입니다.

    다음에는 남창지름시조로 ‘바람아 부지마라’를 들어보십시오.
이 지름시조는 초장 만이 곡조가 평시조와 다를 뿐입니다.
이 초장을 높게 소리를 질러서 내므로 지름시조라고 하는 것입니다.

    남창지름시조 「바람아 부지마라」

       바람아 부지마라 휘어진 정자나뭇잎이 다 떨어진다
       세월아 가지마라 옥빈홍안이 공로이로다
       인생이 부득항소년이니 그를 설워(하노라)

    다음은 사설지름시조입니다.
사설지름시조는 초장은 지름시조와 같이 소리를 질러내고 중장에서는 사설 즉 가사에 따라 길게도 짧게도 부를 수 있으며, 평시조, 중어리시조, 지름시조에 비하여 훨씬 변화가 많습니다.
그러면 사설지름시조 '학 타고 저 불고'를 들어보십시오.

    사설지름시조   「학 타고 저 불고」

      학 타고 저 불고 호로병 차고 불로초 메고 쌍쌍투 땋고 색등거리 입고 가는 아희 게 좀 섰거라 네 어디로 가느냐 말 좀 물어보자.
       요지연 진연시에 누구누구 모여 계시느냐
       그곳에 난양공주 정경패 진채봉 가춘운, 하북에 적경홍 계섬월, 심효연에 백능파라.

    다음은 장인들이 부르기 쉽도록 속청 즉 가성으로 부르는 여창지름시조 '달 밝고 서리찬 밤'를 들어보십시오.

    여창지름시조   「달 밝고 서리친 밤」

      달 밝고 서리친 밤 울고 가는 저 기러기야
      소상동정 어데두고 여관한등 잠든 나를 깨우느니
      밤중만 네 울음 한 소리에 잠 못 이뤄(하노라)

    이밖에 잡가의곡조가 초장 끝이나, 중장 중간에 섞인 것을 수잡가(首雜歌)라고 합니다.
이것은 잡가보다는 고상하고 시조보다는 격이 천합니다.
수잡가로는 산행포수와 불타는 가슴 두 곡 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시조는 확실히 비전문가의 노래이므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평시조 쯤은 부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평시조는 선율이 단순하고 템포가 느리므로 다소 무미하여 현대인의 감각에 맞지 않는 점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저로서는 사설지름시조나 수잡가를 권하고 싶습니다.

    성악곡에 있어서 판소리 계통, 잡가, 민요 계통, 시조, 가사, 가곡 계통이 있습니다만 이제 시조를 모르면 가사, 가곡을 감상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소 시조에 대해서 흥취를 느끼실 수 없으신 분이라도 가사, 가곡을 감상하시려면 그 기초로 시조를 이해하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가곡 중에서 '편악'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가곡   「편악」

    성악곡에 있어서 창극, 잡가, 민요풍 소리 계통의 곡과 시조, 가사, 가곡 등 노래 계통의 곡은 그 경중, 귀천, 고하를 논할 수 없습니다.
동적인 흥취와 정적인 흥취 또한 그 경중 귀천 고하를 논할 수 없는 입입니다.
그러면 끝으로 가사 중에서 춘면곡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사   「춘면곡」

    먼저 들으신 곡은 가곡이었고 이제 들으신 곡은 가사로 춘면곡이었습니다.
가사 장단과 가곡 장단은 시조 장단과도 다릅니다.
다음 목요일에는 가사와 가곡에 대해서 해설해 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