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감상 해설 HLKY _11 (1955년 3월24일)

     이 글은 나운영이 기독교방송에서 12회에 걸쳐 국악감상해설을 한 원고입니다.
아쉽게도 12번째 원고는 찾을 수가 없었고, 1955년도에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 작성한 글이라 현재에 맞게 일부 수정했음을 밝혀둡니다. 아울러 이 국악감상 해설에 사용된 음원은 찾을 수가 없었고, 더 더욱이 실제 스튜디오에서 직접 생방송으로 연주한 음원은 확인할 수 없어 다른 음원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오늘은 국악감상 열한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 화요일에 시조 장단과 시조창, 즉 시조곡의 종류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가곡(歌曲)과 가사(歌詞)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순서에 있어서 시조 다음에 가사를 설명하지 않고 가곡을 먼저 말씀하는 것은 시조와 가곡은 그 가사에 있어서 완전히 같은 까닭입니다.
즉, 가곡도 역시 시조시를 가지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시조창에 있어서는 시조시를 초장, 중장, 종장의 세 부분으로 구분합니다만 가곡에 있어서는 이 시조시를 다섯가지 부분으로 구분합니다.

    이제 <동창이 밝았느냐>를 예로 들어 설명해 드린다면, 시조창에 있어서는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까지가 초장이고,
<소 치는 아희 놈은 상긔 아니 일어났냐>까지가 중장이고,
<재 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까지가 종장입니다.

    그런데 이 시조시를 가지고 가곡으로 부르려면,
<동창이 밝았느냐> 까지가 초장이고,
<노고지리 우지진다> 까지가 2장이고,
<소 치는 아희놈은 상긔 아니 일어났냐>까지가 3장이고,
<재 넘어> 까지가 4장이고,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까지가 5장입니다.
그리고 초장을 부르기 전에 대서음이라는 전주가 있고, 3장과 4장 사이에 중여음이란 간주곡이 있습니다.
또 시조창에 있어서는 종장 끝의 석(3)자를 생략하는데 가곡에 있어서는 끝까지 부릅니다.

    가곡은 관현악 반주의 독창곡이므로 예술적으로 볼 때 노래로서는 가장 고상한 음악입니다.
가곡은 템포가 대단히 느리고 한 소절이 10박자 또는 16박자나 되므로 그 장단도 구별하시기가 매우 곤난하실 것입니다.
이제 10박의 장단은 '덩 - 더러러러 - 쿵 - 덕 - 더덕 - 쿵 - 덕 - 덩 - 더러러러 - 쿵'이고
                              
16박의 장단은 '덩 - 쉬고 -더러러러 - 쿵 -쉬고 - 덕 - 더덕 - 쉬고 - 쿵 - 쉬고 - 덕 - 덩 - 쉬고 - 더러러러 - 쿵 - 덕'입니다.
                                 

    그러나 먼저 말씀드린대로 곡조의 속도가 너무도 느린데다가 박자가 10박자, 16박자나 되므로 현대인으로서는 별로 흥미를 가질 수 없는 장단이라 말해도 별로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가곡은 장단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마시고 들으시는 것이 도리어 현명한 일이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서양음악에 있어서의 오페라에 나오는 영창 즉 아리아에 비할 수 있는 것이 이 가곡이므로 이 가곡을 감상하실려면 전주격인 대여음과 간주격인 중여음을 잘 들으셔야 할 것이며, 그 선율이나 장단 보다도 반주에 나오는 대위법, 화성법, 관현악법 그리고 악곡 형식 등에 대해서 종합적인 감상을 하셔야만 가곡의 예술적인 향기를 올바르게 인식하시게 될 줄 생각됩니다.

    그러면 먼저 들으실 곡은 가곡 편수대엽(編數大葉) '모란은'입니다.

    가곡 편수대엽 「모란은」

        모란은 화중왕이요 향일화는 충신이로다
        연화는 군자요 행화소인이라 국화는 은일사요 매화 한사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는 소년이라 규화무당이요 해당화는 창녀로다
        이중에
        이화시객이요 홍도벽도삼색도는 풍류랑인가 하노라

    다음은 편락(編樂) '나무도'를 다시 한번 들어 보십시오.

    「편락」

        나무도 바히 돌도 없는 뫼에
        매게 휘좇긴 가톨의 안과
        대천 바다 한가운데 일천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끊고 용총도 걷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 치고 안개 뒤섯겨 자자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고 사면이 검어 어득 저뭇 천지적막 까치놀 떳는데 수적 만난 도사공의 안과
        엊그제
        임 여흰 나의 안이사 엇다가 가흘하리요

    다음은 계락을 들어보십시오.

    「계락」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라도 절로절로
        산 절로절로 수 절로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절로
         우리도
         절로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늙으리라

    다음은 남창가곡 언락(言樂) '벽사창이'를 들어보십시오.

    남창가곡   「언락」

        벽사창이 어룬어룬커늘
        임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보니
        임은 아니옵고 명월이 만정헌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와서 긴 목을 후여 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이로다
        마초아
        밤일세 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우일 뻔 허여라

    가곡의 감상을 이상으로 마치고 다음에는 가사의 장단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사 장단에는 6박, 5박이 있습니다.
  6박 중에서
  백구사의 장단은 '덩 - 쉬고 - 더러러러 - 쿵 - 덕 - 쿵'이고
                
  매화가의 장단은 '덩 - 쉬고 - 더러러러 - 쿵 - 더덕 - 쉬고'이고
               

    5박 중에서
  처사가, 양양가의 장단은 '덩 -쉬고 - 더러러러 - 쿵 - 쿵'이고
               
  이별한 남녀가 서로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정을 노래한 상사별곡의 장단은 '덩 - 쉬고 - 덕 - 더러러러 - 쉬고'입니다.
                

    이제 가사 중에서 매화곡 또는 매화가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매화가」

    전 시간에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소리 계통의 창국, 잡가, 민요, 신민요 등과 노래 계통의 가곡, 가사, 시조 등은 그 귀천을 논할 수 없습니다.
가곡, 가사, 시조에 있어서의 정적인 흥취에서 한국적 정서의 일면을 넉넉히 찾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남았으므로 기악곡도 감상하시겠습니다.
국악에 있어서 아악과 당악은 외래음악이고, 향악과 속악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당악은 향악에 많이 동화되어 버렸으므로 우리가 국악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결국 속악 뿐만 아니라 향악, 당악, 아악까지도 많이 들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들으실 곡은 장춘불로지곡입니다.

    아악  「장춘불로지곡」

    다음은 끝으로 아악 중에서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을 들어보십시오.

    아악  「만파정식지곡」

    다음 토요일로 저의 국악감상 해설을 마치게 되므로 이 다음 시간에는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12번째 원고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